인문학/Feed-book!40 전상국 우상의 눈물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마라.” 성경에 등장하는 십계명 중 제 2계명입니다. 우상(偶像)이란,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기독교에서는 이렇게 ‘하나님 이외에 인위적으로 만든 신의 형상’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도 볼 수 있죠. 전상국의 소설 에서의 ‘우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아이들의 숭배의 대상은 ‘기표’라고 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두 번이나 유급한 학교의 문제아입니다. 게다가 ‘재수파’라는, 보이진 않지만 강력한 어떤 무형의 무리의 우두머리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에게.. 2014. 5. 6. 김애란 달려라, 아비 김애란 작가는 농담을 ‘바위에 묶인 풍선’이라고 했습니다. 풍선의 힘으로는 무거운 바위를 들수 없지만 풍선의 분위기가 바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그래서 현실이 고달플수록 심각한 것을 꺼려하나 봅니다. 오늘은 풍선처럼 가벼운 그녀의 소설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겉표지부터 참 가볍습니다. 단순한 스케치와 형광의 빛깔들. 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 시간 때우기 좋을 책일거라고 집은 이 책을 순식간에 읽었지만 책을 내려놓은 순간, 작가에게 속았음을 알게 되었죠. 이 책은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그 중에서 맨 처음 이야기가 이구요. 영어로 하면ㅡRun, Devil, Run이 아닌ㅡRun, Daddy, Run 쯤이라고 해둘까요. 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어머니와 자.. 2014. 5. 5. 피츠제럴드 단편선 전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모두 타이핑을 해둡니다. 밑줄 긋는 걸 무지 싫어해서 꼭 읽기 전에 포스트잇 한장을 겉표지에 붙여놓고 쪽수를 적어둬요- (밑줄을 그어두면 나중에 시간이 지나 또 읽었을때 그부분에만 우선 눈이 가서 다른 보석같은 부분들을 놓치기 쉽거든요.) 피츠제럴드의 문장들, 프란츠카프카의 문장들-아니면 하루키나 박민규 작가 등의 문체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은 특히 버릴 구절이 하나도 없어서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 꼭 근사하고 푸짐한 한 상을 먹은 것처럼 배부른 기분입니다. 오늘은 피츠제럴드 단편선을 읽었는데요. 인상깊게 다가왔던 문장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졌어요-ㅎㅎㅎ 저번 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문장들도 같이요! 밤이 깊어갈수록 불빛은 더욱 밝아지고, 이제 오케스트.. 2014. 4. 30. 박민규 누런 강 배 한 척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자살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83년 6.8%에서 2003년에는 25.2%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기준 국내 노인 자살률은 OECD 30개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삭막한 기사글에는 얼마나 깊은 상처와 아픔이 숨겨져 있을까요- '누런 강 배 한 척'은 그 감당못할 절망의 감정을 세밀한 시선으로 풀어낸 짧은 소설입니다. 고속으로 발전해갔던 사회, 그 속에서 같이 가속도가 붙은듯 정신없는 젊은 나날을 보냈던 한 남자가 있습니다. 식솔을 건사하고 아비노릇했다 자기위안할 정도로의 책임은 다했다만, 야망이 있어서 남들의 배의 노력을 한 인생은 아닙니다. 젊은 시절, 영업직인 탓에 접대가 많은 일이라 직업여성과 나눈 하룻밤'들'이 있었고 딴살림을 차려 .. 2014. 4. 29. 아나토미, 연애를 해부하다 저번 feedbook 서평에서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 김에 이번에는 아예 알랭드보통의 책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당ㅎㅎㅎ 영화 한편 소개하면서 시작해볼까요- 무지무지 재밌는 로맨틱코미디영화죠! 은근히 팬들도 많구요. 저두 이영화 너무좋아해서 한 4번은 본것같습니다. 연인들의 사소한 순간순간을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는 ‘로맨스 영화’를 가장한 ‘로맨스다큐멘터리’ 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로맨스 소설’을 가장한 ‘로맨스논문’,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 3부작을 소개하려구요- 알랭 드 보통은 지금은 논픽션에 주력하고 있지만, 23살이라는 다소 어린나이에 혁신적인 연애소설을 연이어 세권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 세 .. 2014. 4. 26.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여행을 하듯 생활하고, 생활하듯 여행하라" 알랭드 보통이 자신의 딸에게 늘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에요. 철학, 심리학, 사회학은 물론 건축, 종교 분야까지 다방면으로 박식한 그가 세상을 보는 통찰력은 정말이지 놀랍고 또 부럽습니다. 또 그것을 표현하는 재치있는 말솜씨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적절한 표현력은 그의 책을 집음과 동시에 부동의 자세로 완독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죠. 이 책을 집 앞 카페에서 읽었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올림픽공원이 있는데요. 공원 안 '평화의 전당'이 바로 보이는 동네 카페에서 이 책을 아주 감명깊게 읽고 집에 가려고 나왔을 때, 평화의 전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들, 그리고 꽤 무거워보이는 DSLR카메라.. 2014. 4. 23.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작품집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너는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 이 작품들,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시죠. 사슴같이 긴 목, 동공없는 눈, 둥글고 쳐진 어깨. 워낙 특색있는 초상화라 한번 보고 잘 잊혀지기 힘든 그림들일겁니다. 이 초상화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라는 이탈리아출신의 화가의 작품인데요, 모딜리아니는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긴 열정적인 화가였어요. 저는 오늘 도리스 크리스토프가 쓴 모딜리아니 작품책을 봤습니다.(출판사-마로니에 북스) 모딜리아니. 이름도 참- 예술가스럽죠?.. 2014. 4. 17. 황석영 삼포 가는 길 “살다 보면 엄한 사람한테 속 얘기할 때도 있는거야. 엄한 사람은 비밀을 담아둘 필요가 없잖아.” 얼마전 개봉한 영화 중에 나온 대사랍니다. 저는 이 영화 못봤는데, 영화관 영수증 밑에 ‘이달의 명대사’라면서 적혀있더라구요. 엄한 사람한테 속 얘기한 적이 없어서 엄청 공감가진 않아서 보고 넘겼는데, 오늘 이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을 읽구요. 은 십년만에 고향인 ‘삼포’로 가는 정씨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영달, 그리고 국밥집에서 도망쳐 집으로 돌아가는 백화 이 세명의 낯선 사람들이 함께 나눈 하루를 담은 여로 소설이에요. 황석영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향’이라는 소재를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먹먹하게 잘 표현한, 한편의 수채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세 엄한 사람은 서로의 속 얘기를 입 밖으로 상.. 2014. 4. 15. 장 자끄 상뻬 얼굴 빨개지는 아이 전 오늘 아주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어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일부러 사람만날 약속도 안잡구 집에서 여유부리다가 며칠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예쁜 그림책을 한권 읽었답니다. 장 자끄 상뻬의 !! 표지도 미니멀 하구 예쁘죠? 제목에 써있는 ‘마르슬랭 까이유’는 주인공인 남자아이, 그러니까 얼굴빨개지는 그 아이의 이름이에요. 책의 원제이기도 하구요! 시도때도 없이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점점 외톨이가 된 까이유가 마찬가지로 항상 달고사는 재채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게 더 편했던 르네 라토를 만나 서로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림책 답게 이렇게 단순한 줄거리가 전부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책이었답니다. 예전에 박민규의 라는 소설을 보다가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었어요. “서.. 2014. 4. 8.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