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Feed-book!40

밀란 쿤데라 향수(2) - 그녀는 미래를 무화하고 싶었다 저번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도 밀란쿤데라의 를 들고 왔습니다. 오늘은 조제프에 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조제프는 이레나와 데칼코마니같이 여겨지는 인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그도 이레나처럼 조국 체코를 떠나 덴마크로 망명한 사람이고,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세상에 떠나보냈습니다. 또한 저명한 의사인 아버지와, 역시 아버지를 따라 의사의 길을 걸은 형에 반감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죠. (그 반항심으로 의사가 아닌 수의사의 길을 선택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러한 동일한 운명속에서도 조제프는 이레나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또 정반대의 삶을 산 인물입니다. 우선 그는, 조국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향수병 결핍'은 그에게 지나간 삶이 별다른 가치가 없었다는 증거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과거를 미화.. 2020. 4. 4.
밀란 쿤데라 향수(1) - 감사하는 마음은 연약함의 다른 이름일까? 오랜만에 밀란쿤데라의 소설을 집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개인적'이라고 해봤자 워낙 대단한 작가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지 많겠지만요 ㅎㅎㅎ 오늘은 그의 작품 중 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제목 '향수'는 'perfume'이 아니고 'nostalgia'뜻의 단어인데요, 쿤데라는 '향수'에 대한 어원을 말하는 것으로 이 소설을 시작합니다. 과연 '밀란쿤데라'스러운 구성이죠ㅎㅎ? 스페인어로 향수(‘아뇨란자’)는 ‘아뇨라르’라는 동사(향수를 갖고 있다.)에서 파생되었는데, 이는 라틴어 ‘이그노나레(ignore:무지하다)’에서 파생된 카탈루냐어 ‘에뇨라르(enyorar)’에서 유래되었다. 이렇듯 어원상으로 볼 때 향수는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나타난다.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 2020. 4. 4.
김영하 당신의 나무 -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선배는 단편이 좋더라고 했습니다. 짧은 글에서 오는 강렬한 울림 때문에요. 오늘 저는 짧은 단편을 읽으면서 뇌리에 박히는 울림을 받았습니다. 김영하의 입니다. 2인칭 소설을 제대로 접한건, 제 기억으로는 이 소설이 처음인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내내 "당신은-" 으로 이어갑니다. '당신'은 임상치료사. 그가 히스테리아와 우울증을 앓는, 이혼경험이 있는 환자와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끝내는 시점에서 일어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의 질병증세(?)는 오히려 애인의 입장에서는 매력으로 다가왔죠. 식탁위에 느닷없이 와인이 올라가는 날도 있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할 의상을 입고 '당신'을 황홀감에 빠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폭력적으로 변하고 급기야 이별을 고하자 칼까지 휘두르는 여.. 2020. 4. 4.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반야심경의 현대어 번역이라는 글이었는데 이 사진입니다~ 짧게 하자면 모든 것이 결국은 우리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말인데요. 이러한 가르침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작가가 있습니다. 류시화 시인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딱히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감명깊게 읽은 시들의 저자가 류시화이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그의 저작 중에서 책을 한 권 소개해볼까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나왔지만 입니다. 영혼의 나라라는 인도를 여행한 여행기인데요, 단순히 인도 여행에만 한정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해 말하는 책입니다. 그 중에 몇 가지 인상깊은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볼까합니다. * 일상 속.. 2020. 4. 4.
강신주의 감정수업 - 48가지 소설과 48가지 감정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짐을 느꼈습니다ㅡ 잘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움직였을 때 느끼는 그것이랄까요. 기쁨 아니면 슬픔, 좋음 아니면 나쁨으로 간편하게 단정 지어졌던 제 일상에 48가지의 감정은 너무 다양했고 그것이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숨어있었던, 혹은 느껴왔지만 글이나 말로써 표현하지 못했던 내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어주는 작가의 통찰력에 저는 이 ‘판도라의 상자’를 쉽게 닫을 수 없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의 감정은 흑백사진처럼 간단명료해졌지만 이는 풍요로운 삶이라고 할 수 없어요. 보다 다양한 색으로 감정을 물들이기 위해 우리는 소설을 읽고, 미술작품을 보고, 연애를 하고, 여행을 갑니다. 일정량의 수면을 취하고, 섹스를 하고, 먹고 마시며 영양을 보충하는 것만으로 인간의 삶을 구성할 수는 없.. 2020. 4. 4.
무라카미 하루키 - 이 세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들은 도너츠의 구멍과 같다 리뷰하려고 할 때마다, 나의 감상을 글로 완벽하게 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게 되는 작가가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보라색 구름 같은 생각들을 어떤 매체를 이용해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매번 저를 좌절하게 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문인들과 일반 독자들 사이를 막론하고 언제나 이슈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는 하루키 작품들. 윗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한국,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스페인, 아랫줄 왼쪽부터 일본, 중국, 폴란드, 미국판 순서. (노르웨이의 숲), , 등으로 이미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우 유명한 작가입니다. 하루키는 이미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고, 노벨 문학상의 수상 후보에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과 함께.. 2020. 4. 4.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저번 포스팅 에 이어 오늘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를 들고 왔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 가져왔는데 알고보니 아주 짧은 단편이더라구요. 얇은 분량이지만 묵직한 깊이를 자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어느 젊은 여류작가에게 유명평론가는 "재능이 있고 호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깊이가 없다"는 악의없는 발언을 하고, 고뇌에 빠진 작가는 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고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부고 소식에 그 평론가는 "그녀는 삶을 깊이 파헤치고자 하는 작가였다"라고 문예란에 기고합니다.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인,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 2014. 8. 10.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이렇게 더운 요즘, 한여름밤의 꿈같은 짧은 이야기 한편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독일 유명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입니다. 사실 '좀머(Sommer)'는 독일어로 "여름"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내리쬐는 햇볕만큼이나 강렬하지만 어느샌가 부는 바람에 금방 잊혀지는, 좀머씨의 인생은 여름을 닮았습니다. 좀머씨는 소설속에서 조연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나'의 생생한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것이 내용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좀머씨는 그런 나의 유년시절에 칠리소스같은 감초역할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의 제목은 입니다. 그의 인생은 매일매일 도망치듯 걷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참이 지나자 내 머리 속에는 내가 자동차 창문을 통.. 2014. 8. 9.
박민규 아침의 문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인생이 이 육하원칙에 의해서 퍼즐구멍 맞추듯 딱 들어맞는것이라면 얼마나 편할까요, 또 얼마나 따분할까요. 우리는 계획적으로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산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가진 시간의 대부분은 언제 어디서 불어닥칠지 모르는 뜻밖의 사건들, 그리고 "왜"라는 질문에 쉽게 이유를 대지 못하는 인생의 많은 고민들로 채워져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박민규의 은 "왜"사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유를 찾지 못한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함으로써 생을 마감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그 무엇도 알지 못합니다. 모택동이 누구인지도, 먹고있는 비스킷이 어떤 맛인지도, 편의점에서 갑자기 순간접착제를 산 이유도. 그는 "모르겠다"라는 말로 모든 답들을 대신합니다. 그.. 2014.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