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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Feed-book!

장 자끄 상뻬 얼굴 빨개지는 아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4. 8.

전 오늘 아주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어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일부러 사람만날 약속도 안잡구 집에서 여유부리다가 며칠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예쁜 그림책을 한권 읽었답니다.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 

표지도 미니멀 하구 예쁘죠? 제목에 써있는 ‘마르슬랭 까이유’는 주인공인 남자아이, 그러니까 얼굴빨개지는 그 아이의 이름이에요. 책의 원제이기도 하구요!


시도때도 없이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점점 외톨이가 된 까이유가 마찬가지로 항상 달고사는 재채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게 더 편했던 르네 라토를 만나 서로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림책 답게 이렇게 단순한 줄거리가 전부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책이었답니다. 


예전에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소설을 보다가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었어요. 

ⓒ Whyn Lewis


“서로를 간호하는 느낌으로 걸어가던 길고 긴 골목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골목... 그저 인생이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불과한 인간들의 골목... 모든 인간은 투병중이며,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고 ‘모든 인간은 투병중’이라는 이 구절이 떠오르는 건, 우리 모두 이유 없이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재채기가 터져나오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것 같은 결함, 아니 어쩌면 이것보다 더 심각하고 깊은 상처가 있다는 걸 느껴서 이겠죠. 모두가 다 부족함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데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고 이 작은 차이로 사랑의 정도가 결정되는 건 참 유치하고 서글픈 것 같아요. 

어쩌면 가장 가여운 사람은 까이유와 라토처럼 눈에 보이는 결함 하나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겉보기에는 완벽한 사람일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에게도 분명 보이지 않는 쓸쓸한 투병의 길이 있을텐데, 사람들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으니 말이에요. 모두 그를 부러워하고 동경하지만 진정한 친구가 될 생각은 들기 힘들겁니다. 그 옛날 철학자 루소가 말했듯, 우리는 행복한 사람보다는 불행한 사람을 더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에요. 인간이 동류 인간들에게 애착을 가지는 것은 그들의 즐거움에 대한 감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고통에 대한 감정을 통해서입니다. 



그의 나약함, 그의 불충분함, 불완전함을 보고 우리는 그와 결합하여 완전함을 이루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걸거에요. 내가 없어도 이미 완전한 사람에게는 내 존재가 의미없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내 나약한, 밑바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대상에게만요. 스스로 완전해지려는 생각은 오만이에요. 하물며 내 존재의 시초였던, 그 눈에 보이지않는 점과 같았던 때도 둘이 하나가 되어 생겨난 것인데, 어떻게 혼자서 완전해질 수 있겠어요. 우리에겐 서로 까이유같은, 라토같은 그런 존재가 하나쯤은 필요합니다.



그림책을 천천히 보다가 이 부분은 참 맘에 들었어요. 


그날 밤 두꼬마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서로를 만나게 된 것을 아주 기뻐했다. 

“그 마르슬랭 까이유라는 애, 아주 착한 것 같아. 가끔씩 아주 멋진 색깔의 얼굴로 돌아오기도 하고. 아-취”

“어.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 분명히 르네 라토일거야. 한밤중에 이렇게 친구의 목소리를 듣다니, 너무 좋아...”



그의 단점마저 장점으로 볼 수 있는 것. 사랑하는 사이만이 가지는 특별하고 소중한 능력일거에요. 서로에게 주목하고 그의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밝게 비추어주는 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고,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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