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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Feed-book!

수전 케인 Quiet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3. 26.

제가 좋아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자동판매식 식당(1927)> 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이, 호퍼의 그림들은 외롭고 슬프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특히 지금을 사는 우리 현대인들은 자발적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럴 겁니다. 



ⓒRachel Baran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에는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더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향하는, 그 내향(內向)의 시간이야말로 우리를 더 깊이있게 만들어주는 순간이지만 우리사회는 남들을 즐겁게 해주고, 자신을 선전하고, 절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여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기에 내향성의 가치가 과소평가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콰이어트'는 참 반가운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롭기도 했고요~~




매우 섬세한 사람들은 먼저 살핀 뒤에 뛰어드는 예리한 관찰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기가 놀랄 만한 일은 되도록 제한하는 방식으로 삶을 안배한다. 시각, 소리, 냄새, 고통, 커피에 민감하기 쉽다. 누군가에게 관찰될 때나 일반적인 가치를 평가받을 때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들은 통찰력이 있다. 물질적이거나 쾌락주의적이기보다는 철학적이거나 영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잡담을 싫어한다. 자신을 창의적이거나 직관적이라고 묘사할 때가 많다. 꿈이 또렷하고, 다음 날에도 꿈을 기억할 때가 많다. 음악, 자연, 미술, 물리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지극히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때로는 기쁨의 물결을 예리하게 느끼지만, 슬픔과 비애와 두려움도 느낀다.
매우 섬세한 사람들은 물리적인 환경과 정서적인 환경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남다를 정도로 깊이 해석한다. 이들은 타인의 기분 변화나 다소 밝게 빛나는 전구처럼 다른 이들이 놓치는 세세한 것을 알아차린다. 213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어쩜, 내 속을 들여다보고 쓴 걸까' 싶은 마음까지 들었어요. 저, 생각보다 많이 내향적인 사람이더군요. 카페인에 민감한 것까지 성격과 관련이 있는건 줄 아셨나요??
 
 "나는 경력 전체에 도움이 될 핵심적인 능력을 습득했다. 그것은 바로 인내심이었다. 농담이 아니다. 인내심은 보통 평가 절하된다. 3학년에서 8학년에 이르는 그 모든 프로젝트를 거치는 동안 나는 점진적으로 전자부품 조립하는 법을 터득했다. 공부는 딴전이었다. 나는 결과를 별로 걱정하지 않고, 내가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최대한 완벽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136 

위의 구절은 스티브 워즈니악이 자신의 고독한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한 말을 작가가 인용한 구절인데요. 이 부분에도 역시 무척 공감했어요!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한민국 성인들은 지독한 대한민국입시를 거쳤죠. 대학입시제도가 기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조장한다는 반발어린 시선들도 많지만, 누구보다 치열한 고등학교 시절을 겪은 저로서는 그때의 시간 역시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쳇바퀴 돌아가듯 뻔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인내심과 끈기와 차분함을 배울 수 있는, 보다 고차원적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단계로 충분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사회는 내면의 덕목보다는 '외면의 매력'을 더욱 중요시하고 열정과 적극성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깁니다. 

성격 문화의 초창기에 우리는 노골적으로 이기적인 이유에서 외향적인 성격을 개발해야 한다고 재촉 당했다. 서로 안면도 없고 경쟁이 심한 새로운 사회에서 남들보다 눈부시게 빛나려면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외향적이면 더 성공할 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판매사원 같은 태도가 자신의 재능을 세상과 나누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77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직시할 여유도 없이 가면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르듯, '외향성'이 하나의 이데아적 성격으로 자리잡은 이 사회에서 우리는 매력있는 사람, 활기찬 사람, 인기많은 사람으로 비춰지기 위해 끊임없이 감정소모 합니다. 
 

ⓒHugh Kretschmer




하지만 화장이 너무 두꺼우면 피부가 상하듯, 자신의 페르소나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자신의 본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젊은 사람들이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건 페르소나에 빠져서 맨얼굴을 망각한 이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저자 수전케인 역시 자신에게 소중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깨닫는데 거의 10년이 걸렸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알게 된 세가지 중요한 단계를 소개합니다.

첫째, 어린아이일 때 무엇을 좋아했는지 회상해보라.
둘째, 자신이 끌리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자.
셋째, 자신이 부러워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자.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는 것이었네요. 
사실 참 뻔한 말이지만, 이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에 얼마나 성의없이 쓴 심리학서적들이 많은지 알게 될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책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값이 너무 싸다고 느껴질 정도에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향적인간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현실적이면서 깊이있는 조언 부분에서는 조금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거??ㅠㅠ 

하지만 섬세하고 사색적인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이 성과사회가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에서 조금은 벗어나실 수 있으실거에요~ :)  

사랑은 필수지만, 사교성은 선택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아끼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라. 자신이 좋아하고 존중하는 동료들과 일하라. 새로 알게 된 이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누구일지 살펴보라. 그리고 모두와 어울려야 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계는 누구에게나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라. 삶의 비결은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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