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SNS 등을 통해서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10권의 책'을 포스팅하는 것이 유행인가 봅니다. 이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열 권의 책과 그 이유를 적고 또 다시 다른 열 명을 지목하여 계속해서 포스팅을 이어나가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직접 지목받지는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제가 추천하고 싶고 제가 영향 받은 열 권의 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
1.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현재 출간되는 제목: 철학의 위안 / 알랭 드 보통 저)
여러 철학자들이 우리의 아주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응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분노는 우리의 지나친 낙관에서 비롯된다'(세네카), '모든 인간은 부적절한 면을 가지고 있다'(몽테뉴), '진정한 행복은 돈이 아니라 우리의 만족할 줄 아는 감각적인 즐거움에서 온다'(에피쿠로스) 등이 있지요. 특히 제가 여러번 소개했듯이 저는 이 중에 분노라는 감정을 다루는 세네카의 방식이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저처럼 일상 속에서 느끼는 우울, 분노, 좌절감 등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 더 성숙한 감정 조절을 위해서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란 도대체 뭔가? 약간의 충격, 약간의 타격에도 터지고 말 혈관... 자연 상태에서는 무방비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하고, 운명의 여신이 내리는 모든 모욕에 고스란히 노출된, 허약하고 부서지기 쉽고 발가벗은 육체.
그대는 말하겠지.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라고.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고, 그것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세상에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2.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 다나베 세이코 저)
책은 단편집으로, 이 중 하나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책의 내용도 좋고 영화 또한 좋았습니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조제의 모습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다리에 장애가 있어 걷지 못하는 조제와, 그녀를 만난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 입니다. 이 둘은 분명 사랑했지만 결국은 외부의 적이 아닌 스스로 느끼는 피로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헤어지게 됩니다. 또한 그러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사랑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원래의 외로운 상태로 돌아갈 뿐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조제의 모습이 오히려 사랑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나는 그렇게 깊은 바다 속에 혼자 있었어. 하지만 그렇게 외롭지는 않아. 처음부터 혼자였으니까."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뿐이지."
"네가 떠나고 나면 난 길 잃은 바닷속 조개처럼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돌겠지. 그래.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영화 속 대사 중에서
3. 향수 (das parfum /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우리가 알 수 없는 우리 감정에 대한 원인을 후각이라는 비교적 원시적인 감각에서 찾는, 상상력과 묘사력이 풍부한 소설입니다. 냄새에 대해 악마적인 천재인 그르누이가 향기에 매혹되어 사람을 향수의 재료로 삼아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이야기인데, 줄거리만 듣는다면 끔찍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묘사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 빨강 머리 소녀가 뛰놀던 정원 아래 성벽에 기대어 있을 때 그녀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왔었지.... 아니, 향기에 대한 약속이었다는 것이 더 적절하다."
4. 제인 에어 (Jane Eyre / 샬롯 브론테 저)
저에게는 아직 미지의 나라인 영국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한 작품입니다. 고아에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 바로 예쁘지 않은 여자 주인공이라는 특별한 모습을 가진 소설이지요.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주인공이 아닌 누구에게나 사랑받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내는 제인 에어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글 자체의 진행도 누구에게나 재미있게 느껴질 법 합니다.
5. 월든 (walden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저)
제가 여러번 포스팅 했기 때문에 다시 말하기도 뭔가 쑥스럽네요.. 월든은 현대 문명에 대한 데이비드 소로우의 비판과 그 실천이 담긴 책입니다. 헛된 것을 쫓지말고 인생의 정수를 맛보라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가르침과 자연에 대한 예찬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로 들립니다.
"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하루에 세 끼를 먹는 대신 필요할 때 한 끼만 먹어라. 백 가지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여라. 그리고 다른 일들도 그런 비율로 줄이도록 하라."
"지금 우리의 국가는 너무 서두르고 있다. 사람들은 국가가 사업을 하고 얼음을 수출하고 전신으로 통신을 하며 한 시간에 30마일을 달리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에 대해 아무런 의아심도 품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인간이 원숭이처럼 살아야 하는지 또는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눈을 감아버리거나 졸거나 또는 허식적인 것에 속아 넘어가기로 동의함으로써 자신들의 인습적인 일상생활을 확립시킨다. 아직도 이 일상생활은 순전한 허구의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이제 막 소꿉놀이나 하면서 인생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인생의 참다운 법칙들과 관계들을 더 명확하게 분간해낸다. 어른들은 인생을 가치있게 살지도 못하면서 경험에 의해서, 바꾸어 말하면 실패에 의해서 자기들이 아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6.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저)
"유명한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를 느끼게 해준 소설입니다. 인간이 죄를 짓고 스스로 벌을 받는 심리 묘사가 탁월합니다. 누구에게나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 악이라고 생각되는 전당포 노파를 죽인 뒤 괴로워하다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소냐에게서 배우고 그녀에게서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아니, 지금의 그로서는 무엇 하나 의식적으로 해결할 수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다만 느꼈을 뿐이었다. 변증 대신에 생활(삶)이 온 것이었다. 의식 속에서도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제야, 그녀의 신명이 내 신념으로 되어도 좋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녀의 감정, 그녀의 소망은 …….’
7. 수레바퀴 아래서 (unterm rad /헤르만 헤세 저)
영특한 학생이었던 한스 기벤라트의 삶이 어떻게 꺾이고 좌절되어, 세상에서 소외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 때문에 아주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8. 일반 언어학 강의 (페르디낭드 소쉬르 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초반에 교수님의 권유로 읽게 된 책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언어조차 자의적인 연결에 의한 문화적 약속이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시켜준 책입니다.
9.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저)
이전에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종교에 대한 의문을 구체화시켜준 책입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 거부감을 가질만하고, 허수아비 논증이라는 평가들도 있지만 두꺼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10.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엮음)
시를 잘 읽지 않았던 저에게 처음으로 재미있고 와닿았던 시집입니다. 한 시인의 시가 아니라 여러 시인들의 시를 엮어두었기 때문에 다양한 느낌의 시를 읽을 수 있으나 또한 무언가 같은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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