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행복에 관한 질문들

우리의 경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30.

 원시적인 시기에서 부터, 우리의 감각은 직접적인 경험에 익숙해져있습니다. 뇌의 진화는 현재 다른 정황으로 영상과 현실을 구분할 뿐, 시각적인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체계에는 차이가 없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평면 상에 입체적으로 표현(섬세하게 잘 되었을 경우)된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구분하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나 감각기관을 확장 시킬 수 있는 도구들의 출현(카메라, 비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을 통한 접속 등)은 우리에게 무한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방 안에 앉아서 세계 방방곳곳을 여행다니는 프로그램만 켠다면 세상을 직접 본 것처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바로 여행 중에 만나는 수 많은 예정에 없었던 일들, 직접 보아야만 느낄 수 있는 장엄함, 또 가장 중요한 다른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간접 경험으로는 이런 극적인 경험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보지 않은 것보다 훨씬 경험을 폭을 넓혀준다는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기만 한 것일까요? 저도 여행지를 알아볼 때 검색을 많이 이용하긴 합니다만 이렇듯 범람하는 이미지들과 정보는 어쩌면 조금은 저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
먼저, 이러한 간접 경험들은 직접 경험의 의지를 반감 시키기도 합니다.
영상이나 이미지로 봤으니 직접 보는 수고(엄청난 교통비, 위험 감수, 시간 투자)를 덜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있지요.많은 여행지들이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자부하지만 많은 간접 경험은 '보지 못한 것을 보고싶다'는 우리의 욕심을 조금은 덜어냅니다.


*
그리고 또한 직접 어떤 장엄한 광경을 볼 때의 감동을 반감시킵니다. 미리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것은 어찌되었든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보았을 때보다는 덜 새롭게 느껴질테니까요.

*
촬영이나 기록이 새로운 경험 방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그 소중한 순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지요. 물론 후에 사진을 보며 그 순간을 다시 되살리기가 더 용이하긴하지만 그 장소와 순간을 느껴야 할 때 기록에 치중하다보면 정말 그 여행의 순간을 카메라에는 담을 망정 머릿 속에는 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요즈음은 우리의 '경험'도 소비의 요소로서 탐구되고 있습니다. 일명 UX(user experience)라고 불리는데요. 우리가 요즈음들어 여행을 중시하는 것도, 단순한 효용보다도 만족스러운 느낌이나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도 '삶을 과정'으로서 즐기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소비도 단순히 물질을 소유하게 되는 것보다는 그 순간의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새로운 소비의 추세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경험은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UX의 대상이 사용자의 만족이나 감정 등의 시멘틱(semantic)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보니 그 영역도 광범위하다. UX의 대상은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사용성(Usability), 정보 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 인간공학(Human Factors Engineering) 등으로 여러 분야를 포괄하면서도 확실히 설정되는 명확한 분야가 없어 영역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UX의 영역이 모호한 이유는 인간의 경험이 본질적으로 주관성(subjectivity), 맥락성(contextuality), 총체성(holistic)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경험은 그 사람의 성격적, 인지적 특성에 따른 주관적이고, 또한 사용자 경험이 일어나는 상황적 외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경험 시점에 개인이 느끼는 총체적인 심리적 효과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고, 구체적 영역이나 특정 요소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 경험이란 특정 상품에 내재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라 사용자에 귀속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UX란 특정 전문 영역을 의미하기보다 기존에 존재하던 각 전문 영역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기술의 다양화와 고도화로 사용자 경험 자체가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사용자와 관련된 전반을 넓게 고려하는 추세가 일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널드 노먼은 『감성 디자인(emotional design)』이라는 저서에서 사용자 경험 정의의 확장과 그 접근법의 다변화를 주장했다. 노먼은 기존의 UI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의미를 확장해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때 발견한 단어가 '경험'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주장과 기술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UX는 특정 영역(domain)을 갖는다기보다 기존의 다양한 분야와 결합되는 새로운 틀을 제공하는 접근법으로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최근에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UX design을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널리 쓰고 있는 경향이 있다. 즉 UX는 디자인만을 위한 전초적 작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런 경향은 국내의 웹 분야에서 디자인을 비주얼 디자인으로 의미를 정착시킨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나 학계의 HCI에서는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광의의 의미로 쓰이는데 전략 수립, 상품 기획, 정보 설계, UI 디자인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UI에서 다루던 컴퓨터 화면이 인간이 사용하게 되는 것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UX에서 다루려는 대상은 확장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인터페이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시스템, 서비스, 회사 등 사용자가 특정 포인트를 중심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일관되게 만들어야만 사용자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인지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인지를 통해 구매·지속적 사용의 행위가 뒤따르는 것이다.

즉, 사용자 경험은 제품·서비스의 사용성(usability), 사용자의 감성(affect), 사용자 가치(user value)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 밖에도 사용자가 이전에 유사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은 경험(previous experience), 다른 사용자로부터 얻은 정보(viral process), 기업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자산(brand equity) 등에 영향을 받는다.

사용자 가치란 제품·서비스 사용주기에 따라 사용자가 스스로 느끼고 얻을 수 있는 모든 가치를 의미한다. 이는 사용성과 사용자 경험 개념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경영학과 디자인 분야에서 부각되고 있으며 다양한 문헌에서 사용자 가치의 개념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구성 요소로는 다른 사람과 차별된다는 느낌, 제품에 대한 신뢰 등이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 경험을 보다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체계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특정 기술의 사용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value)와 그 같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의 속성(attribute) 및 결과(consequence), 그리고 속성, 결과, 가치와 연관관계를 구조적인 체계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가치 중심 디자인(value-sensitive design)이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용자 경험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2012, 커뮤니케이션북스) 중 <사용자 경험의 영역>
출처 주소: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91521&cid=42171&categoryId=42190

 그러한 경험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그 경험을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둘 수도 있고 그 순간의 즐거움에 매진할 수도 있겠지요. 그 모든 순간이 지나가고 후회하지 않을 최선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인문학 > 행복에 관한 질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예와 희생  (0) 2014.10.06
나에게 영향을 미친 10권의 책  (0) 2014.10.01
믿음의 힘  (0) 2014.09.26
노블리스 오블리주  (0) 2014.09.23
우리 삶 속의 오류들  (0) 2014.09.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