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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행복에 관한 질문들

종교 철학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9.

 인간은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뿐, 존재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죽음 앞에 무력하고 피할 수도 없지요. 견딜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기도 합니다. 이러한 운명 앞에 나약하되 사고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인류는 많은 문화와 종교를 발달시켰습니다.
 그렇기에 '신'이라는 존재와 '종교'라는 존재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 믿음, 두려움 등에서 공동체적인 신념으로, 또한 신앙으로 발달해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교들은 고대 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정치와 때로는 결탁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러면서 철학 사상과의 결합을 통해 신학 체계를 갖춘 종교로 발전해 온 것이다. "
-종교철학 중에서

<윌프레드 스미스>
"스미스는 또한 서양에서 종교라는 개념이 변화해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경건, 경배, 신앙과 같은 내적이고 인격적인 지향성이 구체화의 과정을 겪어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실체로 변화한다. 즉 추상적인 마음의 상태였던 종교라는 개념이 점점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제도의 의미로 변화해 왔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믿음, 신앙이라는 개인적 경향성이 이상적 경향성으로 바뀌고 이것이 더 추상화되어 오히려 구체적 제도로 바뀐다는 것이다. "
-종교철학 중에서

 



신에 대한 견해와 그에 따른 믿음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많은 종교는 인격신의 형태를 따릅니다. 예를 들면 사람과 같이 감정을 가지고 상과 벌을 내리는 신들의 모습, 우리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기도하는 대상으로서의 신입니다. 그러한 인격신을 믿는 종교로는 유일신을 믿는 일신교, 혹은 힌두교처럼 다양한 신을 믿는 다신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종교라 함은 이러한 형태를 따르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인격신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 신을 믿기도 합니다. 신은 단지 세상을 창조한 뒤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거나 세상을 이루는 과학적 법칙 자체를 신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범신론이나 이신론(Deism)이 이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신은 없다라고 믿는 무신론, 그리고 우리의 미약한 존재로는 신의 존재여부, 혹은 신의 존재에 대해 상상할 수 없다, 알 수 없다고 믿는 불가지론도 있습니다.

 

 

 

 보통의 '종교'라 함은 일신론, 혹은 다신론을 말합니다. 여기의 신은 몇 가지 공통 속성을 지닙니다. 그들은 세상을 창조하고, 모든 것을 알며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명 전지 전능) 그리고 완전한 존재로서 묘사됩니다.
 그리고 종교가 비판을 받을 때 이러한 속성들이 늘 거론됩니다. 또한 그에 대한 반박들도 있지요. 먼저 몇 가지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존재론적 증명, 안셀무스 :
 그런고로 바보조차도 이해 안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 적어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존재가 그 안에 있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이 말을 들을 때 그는 그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해되는 것이 무엇이든, 그 이해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존재가 이해 안에만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것이 이해 안에만 있다고 가정해보라. 그러면 그것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상상도 할 수 있으며,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박은 매우 많고 유명합니다. 예를 들면 존재가 비존재보다 완벽하다는 전제가 숨어있고, 완벽한 존재라는 우리의 사유가 그것이 현실에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이 있습니다.

 이를 비꼰 한 가지 논증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철학자 더글러스 개스킹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입니다.

세계 창조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업적이다.
조건이 불리할수록 그 업적은 더욱 경이롭다.
불리한 조건은 '창조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창조하는 신은 가장 경이로운 존재일 것이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우주론적 증명, 토마스 아퀴나스
 모든 세상의 움직임은 스스로 시작할 수 없다: 최초의 운동자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부동의 원동자(unmoved prime mover)이다. (다른 논증들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전개됩니다. 이를 무한 소급의 불가능이라고 하죠.)

이는 또한 이 논증 내부의 모순점에 의해 반박됩니다. : 모든 움직임은 스스로 시작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시작하는 존재를 가정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논증이 반박되었다고 하여 신의 존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를 옹호하려는 시도와 진실 그 자체는 같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인격신과 그 종교에는 많은 문제제기가 이루어집니다. 또한 천당과 지옥, 경전 등, 많은 존재를 우리가 상상하고 부여할 수록 반박당할 여지는 커지지요. 그리고 종교에 대한 반박은 대개 유교, 범신론 등보다는 서양의 종교에 대해 발달해왔습니다. 특히 그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천당과 지옥같은 사후 세계와 사후의 심판에 관해 생각해봅시다. 이는 보통 유대교적 전통을 따른 기독교 등의 교리에 드러납니다.

 이순신 장군은 천국에 가게 될까요 지옥에 가게 될까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영웅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적인데, 그것을 판단할때는 어느 편을 들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 침략했고 다만 이순신 장군은 그를 물리친 것이기에 선한 일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렇다면 그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광개토 대왕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인간은 모두 자신의 배경에 따른 주관성을 갖습니다. '선한'이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유리하게 해준'과 혹시 동의어는 아니던가요?
 이보다도 우리에게 더욱 일반적으로 와닿는 문제가 있습니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 죄를 짓고 살게 된 사람은 하늘에서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그러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우리도 같은 죄를 지었을 지도 모르고, 갈수록 많은 환경과 유전적 요인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으면서 우리의 자유의지 그 자체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에 조금 반하는 교리는 윤회와 같은 사상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 태어난 조건들은 전생의 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교리 또한 우리에게 그렇다면 최초의 조건은 어떻게 달랐는가?와 같은 의문점을 남기지요.

 그리고 다음으로 거론되는 것은 악의 존재에 대한 논쟁입니다.
신이 완벽하고 선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들은 무엇의 소산인가요?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악은 신의 산물이 아닌 신의 선이 부재하는 것 뿐이다'라는 주장으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신이 완전하고 전능하다면 이는 신의 전능에 대한 오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인도에는 선과 악이 한 몸에 있는 신의 모습이 있습니다. 신이 단순히 선한 것이 아니라 파괴와 악의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 거론되는 문제는 믿음의 문제입니다. 많은 교리는 믿음을 권합니다. 믿는 자에게 복을 내리고, 믿지 않는 자를 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완벽하고 선한 존재라면 자신을 믿는지 아닌지에 대해 그토록 '인간적으로' 반응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악'이라는 것은 우리의 공감능력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누군가가 고통 받는 것을 윤리적으로 '악'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종교에서 말하는 '악'도 우리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에 대한 비판이 가능한 것은 종교는 많은 반박의 여지를 가진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 종교의 인격신적 체계에 대한 반박입니다.

우리가 종교보다 현세의 행복을 중시하게 된 것은 어쩌면 서양 문화의 발달로 볼 때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서양 문화의 발달은 종교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낮아지는 것과 순서를 함께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올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증표를 주기도 합니다. 그런 점으로 생각해볼때 종교생활은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믿지 않고도 행복하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특정 종교는 따르지 않더라도 자신 안에 체계가 있는 종교는 아니지만 신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도서
-종교 철학, 이진남 저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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