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은 때로는 모순되고, 때로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예술들, 음악, 미술, 혹은 시와 같은 문학을 통해 그러한 인간사를 표현하고는 합니다. 오히려 정형화된 언어보다 더 잘 와닿기도 합니다. 그 본래 성질이 정확하다기보다는 애매한 것에 가까워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 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전화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훨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그 혹은 그녀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와 그 밖의 모든 전화. 이렇게도 나눌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슬픈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이별을, 그것도 아주 슬픈 이별을 동경한다. (...)
-양귀자, <모순> 중에서
그래서인지, 학문에서보다는 예술분야에서 사랑과 같은 감정을 다룬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수 많은 노래 가사들과 같은 운문으로 표현됩니다. 그러한 좋은 시들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 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 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
하늘의 천-예이츠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e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수놓아진
하늘의 천이 있다면,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if night and light and half-light
밤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흐리고 검은 천이 있다면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
인연설 - 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로운 사랑이라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
사랑의 마음은 받으려하기보다도 더 주지 못해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인가봅니다. 또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그 자체로 행복해할 때 진정 편안한 마음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와 데이비드 케슬러의 <인생 수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고, 간직하고,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제 밖에서 행복을 찾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그 대신 이미 갖고 있는 것에서 삶의 의미와 진정한 부를 발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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