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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Feed-book!

밥장 밤의 인문학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5.

오늘은 자기전에 누워서 술술넘기기 좋은 가벼운 책 한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밤의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술술넘어간다는 말인지 의아해하실수도 있는데요.  <밤의 인문학>은 작가 밥장이 단골맥주집에서 사람들과 각자의 삶에 대한 수다, 그리고 읽었던 책들로 채워졌던 숱한 밤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가볍고 다정한 에세이집입니다. 그래서인지 맥주, 아마추어, 늙는다는 것, 외로움, 섹스, 미식 등 가볍고 또 일상적인 주제들로 꾸려져있는데요. 그 가벼움 속에서도 인생에 대해 생각할만한 무언가를 던져준다는 것이 참 기특한 한권이었습니다.  요새 6월답지 않은 무더운 여름밤에 캔맥주 한 캔과 이 책 한권이라면 시원하게 하루 보낼수 있으실 겁니다ㅎㅎㅎ 


ⓒRyo Takemasa

<밤의 인문학>은 16개의 주제를 가지고 가볍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책을 쭉 읽다보면 무언가 하나의 주제가 잡힙니다. 어떤 토픽을 가지고 이야기하건 이 솔직한 작가의 라이프스타일, 인생관은 숨길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밥장은 누구나 가고싶어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그림을 그려야겠다면 어느날 회사를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저처럼 초보자가 전문가 못지않은 성과를 내는 일은 의외로 많습니다. 아마추어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마토르(Amatour)'에서 나왔습니다. 푹 빠져 있는 사람에겐 열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아하는 일은 오래 할수 있고, 오래 하다보면 잘할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모습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의 삶에 대한 충만한 만족감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부러운 그가 독자에게 던지듯 내뱉는 조언은, "자신에게 솔직하라"는 다소 김빠지게 뻔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솔직하고 적절한 정답이 또 있을까요- 나에게 솔직해야만 나를 알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선행되야 내 즐거움의 원천과 내 재능까지 볼수있는 눈이 생기는 것일테니까요. 이땅의 (저를 비롯한) 많은 청춘들이 갈길을 찾고자 하나 휘청대는 것은 자신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을 사려고 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일 겁니다.   


ⓒRyo Takemasa

Your time is limited.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시간은 제한적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허비하지 말라)


"Stay hungry, stay foolish" 이 명언을 낳은 것으로 유명한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연설에서 작가가 더 마음에 새겼던 구절은 바로 저 위의 문장이라고 합니다. 밥장은 내가 심심풀이로 무얼 하는지부터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자신이 따분한 일상의 권태로움을 무엇으로 이겨내려고 하는지, 그 심심풀이가 바로 내 행복한 삶의 해결책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책은 직업이나 일, 진로에 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까.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리는 책 같습니다. 인생을 여가와 노동. 이 둘로 나눈다면 노동보다는 여가에 더 가까운 그런거요- 


ⓒRobert Jahns

사실, 각자의 인생의 즐거움과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은 '노동하는 시간에 무얼하는가' 보다는 '여가시간에 무얼하느냐'에서 더 잘 보이는 듯 합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기억할 만한 것들은 열심히 돈을 벌고 공부했던 시간이 아니라, 번 돈으로 어떤 의미있고 가치있는 걸 샀으며, 쉬는 시간에 뭘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는지 에 들어있으니까요. 사실 그런 것들에 대한 조언이 들어간 내용의 책은 읽어본적이 거의 없던 터라 더 정겹게 읽혔습니다. 


화가는 자기 그림이 제 나이고,

시인은 자기 시가 제 나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자기 영화가 제 나이다.

바보들만 자기 동맥이 제 나이다.

여러분은 무엇으로 제 나이를 삼으시나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입니다. 혹시 나는 바보처럼 나이먹어가는대로 나이테를 그어갔던 것은 아니였는지 잠시 반성했습니다.ㅠㅠ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서글픈 대사를 던지던 영화를 본적이 있었죠.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듯, 늙음도 노력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서글프게 흘러가는 시간이라지만 어떻게 더 풍부하게 보낼것인가 더 괜찮게 보낼 것인가는 각자의 인생을 요리하는 각자의 몫에 달린 것입니다. "도시남녀의 괜찮은 삶을 위한 책 처방전"이라는 책의 부제가 썩 마음에 들었던, 그는 훌륭한 주치의였습니다ㅎㅎ!


ⓒRyo Takemasa

밀물과 썰물이 지나면서 바닷가에 흔적을 남기듯이 외로움이 스치고 지나면 수많은 인간과계 속에 묻혀 있던 내 모습이 드러납니다. 외로워야 벌거벗은 내가 보입니다.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건 어쩌면 내게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바라는 게 사라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권태가 밀려옵니다. 언제 툭 끝날지도 모르는 인생을 지겹게 살 바에야 조금 울적해도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외로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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