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거리에는 따스한 햇빛이 꽃망울들을 터뜨립니다. 싸늘한 바람때문에 옷깃을 여미던 날이 엊그제같은데요.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반대로 끝없이 어두운 장마기간이나, 햇빛이 들지 않는 방에서 사는 동안에는 우울해진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SAD에 대해서 들어보았나요? SAD는 그 자체로도 '슬픈'이라는 뜻이 되지만,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라는 뜻으로, 계절성 정서 장애를 의미합니다. 사계절 고루 햇빛이 드는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지만, 계절에 따라 일조량의 차이가 매우 큰 북유럽 국가들에는 꽤나 흔한 현상입니다. 하루만 햇빛이 들지 않는 날씨여도 우울한데, 몇날 며칠씩, 아니 거의 한 계절내내 햇빛을 자주 볼 수 없다면 어떨까요? 그러한 날씨때문에 특정시기(특히 겨울)에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이 어쩌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계절성 정서장애는 결과적으로, 일반 우울증과 비슷하게 우울해지고 힘이 없으며, 잠을 많이 자는 증상을 보이게 되지요.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근거없는 착각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어둠 속에 있다보면(햇빛을 쐬지 못하면), 멜라토닌(melatonin) 호르몬의 체내 농도가 높아집니다. 잠을 자고 싶으면 힘이 빠지게 됩니다. 몸이 잠들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멜라토닌 호르몬은 그렇게 잠을 자도록 돕는 호르몬입니다. 그러한 호르몬이 잘 때가 아닐때 나오게 되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지요. 또한 햇빛의 부족과 차단은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의 감소를 야기합니다.
이러한 빛의 부족으로 인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빛 치료light therapy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정말로, 빛을 쬐는 것을 치료의 일환으로 삼는 것이지요. 그저 빛을 쐬는 것이 어떤 도움을줄까 싶습니다만, 실제로 이용되는 치료법입니다.
또한 일반 현대인들이 많이 겪는 고통스러운 현상중 하나는 불면증입니다. 새벽과 밤이 되면 SNS에는 수많은 슬픔의 글(?)이 올라오게 되고, 밤이 오지 않는 밤은 무척이나 괴롭지요.
나를 치유해 준 것은 언제나 너였다
상처만이 장신구인 생으로부터
엉겅퀴 사랑으로부터
신이 내린 처방은 너였다
옆으로 돌아누운 너에게 눌린
내 귀, 세상의 소음을 잊고
두 개의 눈꺼풀에 입 맞춰
망각이 눈동자를 봉인하는
너, 잠이여
나는 다시 밤으로 돌아와 있다
밤에서 밤으로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얼굴의 윤곽을 소멸시키는 어둠 속으로
나라고 하는 타인은
불안한 예각을 가지고 있다
잠이 얕은 혼을
내가 숨을 곳은 언제나 너였다
가장 큰 형벌은 너 없이 지새는 밤
네가 베개를 뺄 때
나는 아직도 내가 깨어 있는 이곳이 낯설다
때로는 다음 생에 눈뜨게도 하는
너, 잠이여
-류시화, 잠
이러한 고통스러운 불면증의 치료방법도 역설적으로 햇빛이죠. 낮 시간에 적정한 양의 햇빛을 쬐어주는 것이, 이러한 고통스러운 불면증에서 벗어나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합니다. 햇빛이 신체의 건강에 미치는 좋은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 또한 매우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비타민D의 합성, 골다공증 예방, 면역력 강화 등이 있죠.
심지어 빛은 범죄도 예방합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많은 나라의 도시들에서 가로등 설치로 직접 20% 내외의 범죄율 감소를 보고한 적이 있죠. 어떤 사람들은 이 이유를 빛이 주는 심리적 안정에서 찾기도, 빛이 주는 감시효과때문이라고도 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빛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이죠.
문학에서, 일상에서 빛을 희망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은 근거없는 비유가 아닙니다. 새로 알게 하다는 의미를 가진 계몽도 영어로 enlightenment(light:빛)이고, 속담에서도 '쥐 구멍에 볕들 날 있다'라고 하지 않던가요? 희망과 같은 것을 빛에 비유하는 것은 사실 아주 많아서 예시를 들기조차 망설여집니다. 아주 인상깊었던 비유로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lLolita였지요. 참 아름다운 문장으로 알려져있는데, 한 번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욕망의 불꽃. 나의 죄악, 나의 영혼. 롤-리-타: 혀끝이 천장을 따라 세 걸음 떠나 세번째 걸음에 앞니를 건드리며 내는 소리. 롤. 리. 타."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불빛으로 비유한 것으로 유명한 문인입니다. (도덕책에 나왔던 것 같습니다. 동방의 빛이라는 시입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다른 빛에 관한 시가 더 마음에 들어 옮깁니다.
나의 수줍은 램프를 격려하려고
광대한 밤이 모든 별들에 불을 켠다
- 타고르, <반딧불>
이 외에도 빛에 따라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담은 인상파 화가들 등, 많은 문학과 예술의 모티브가 되며, 빛은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행복의 원천입니다.
사실 물과 산소가 있게 하는, 이 별을 존속가능하게 하는 것도 태양빛이고, 모든 생명의 기원이기에, 빛이 이렇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공조명을 지나치게 쬐는 것, (실내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 햇빛을 지나치게 집중적으로 과하게 쬐는 것은 오히려 신체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이 봄날에 모니터 안의 조명을 떠나서 직접 햇빛을 만나고 오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서 백마디 말로 표현해보았자 소용없는, 피부로 느껴지는 분명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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