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대화와 관계
나를 한 마디로 슬프게 만드는 것도, 한 마디로 날아오를 것 같도록 만드는 것도 사람의 말 한마디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사람을 떠나 살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이러한 인간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해도 단순히 누군가의 악행으로 인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므로 조금씩 서로 이해하면 오히려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1.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는 예로부터 강조되어왔습니다. 서양에도 'to be in one’s shoes: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시되는 덕목입니다. 대체 입장 바꾸어 생각하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요? 이는 상대방이 맡은 일이나 위치, 앞 뒤 사정을 생각했을 때(더 넓게는 그 사람의 배경과 사고방식) 저 상황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위치에서 그 사람에게 다른 대안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생각보다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행동은 상대방을 화나게 하고 싶은 악의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해야될지 모르겠거나, 즉각적으로 나온 감정적 반응에 따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그만큼 화나거나 기분나쁠 줄 모르고 말한 부분이 대부분이죠. 화를 내기전에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따르는 것은 분명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을 추스려주고, 후에 후회할 말을 하는 것으로부터 막아줍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나도 상대방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 적이 없는지 생각해봅니다. 그 때의 내 감정을 떠올려 본다면, 상대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들의 모임에 속해있을 때, 그 모임의 지도자나 임원의 자리와 참여자의 입장은 다릅니다. 서로 우선하게 되는 가치가 다르게 되므로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문제임을 한 번쯤 생각해봅니다. 예를 들어 모임의 지도자는 참여자가 모임에 좀 더 헌신하기를 바라지만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더 중요한 다른 일들이 있어 충돌을 빚을 수 있죠. 이럴 때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더 고려해보고, 자신이(임원) 참여자라고, 혹은 참여자는 자신이 임원이라면 내 행동이 어떻게 느껴질지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서로에게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2. 상처주는 말 하지 않기
상처를 주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들은 사람에게는 모욕감을 주고 한 사람에게는 후회를 남깁니다. 어떤 말들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며, 어떤 식으로 하면 상처주는 대화를 피할 수 있을까요?
(1) 의도 추론 : 상대방의 의도를 마음대로 넘겨짚어 추론하고 입밖에 내는 말입니다. 이전에 한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장학금을 주는 회사에서 요구한 것이었고, 아직 전공수업도 듣지 않는 학생에게 교수님의 추천서를 받아오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도 제가 '그 정도' 노력은 하기 바라셨고, 저는 담당하시는 교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교수님께서는 자신은 그 분야의 교수가 아니라며 한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으니 추천서를 받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마침 그 교수님은 학과의 대표 교수님이셨죠. 제가 추천서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교수님께서는 (바쁘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일부러 일반 교수님이 아닌 대표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아서 이득을 보려고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겐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제 입장에 있었더라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 어떤 다른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여하튼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상대방에게 일부러 그랬냐고 말하거나 어떤 이득을 보려고 그렇게 행동했다고 마음대로 추론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더라도 상처를 주는 말입니다.
(2) ~하는 척 하지마 : 상대방의 행동을 어떻게 보이기 위한 가식으로 몰아붙이는 말입니다. 진실로 상대방을 위해서 좋은 의도에서 한 행동이라도 "착한 척 하지마"라는 한 마디 앞에서 스스로조차 한 번 더 의심하게 됩니다. 사실 의도라는 것은 불분명하기 때문에 나쁘게 해석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나쁘게 해석해버릴 수 있으니까요.
(3) 상대방에 관한 서술 : 우리는 상대방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 사람보다 많이 알고있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상대방에 대해 서술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너는 남의 말을 안들어."과 같은 말들이 있지요. 하지만 사실 저렇게 거론되는 대부분의 특징들은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가끔 이러한 서술이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만족감에서 오는 행동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 외에도 너때문에 모두 피해를 본다(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혹은 과장)와 같은 말도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에게 말할 때, 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기분으로 닿을 것인지(특히 부정적인 말) 몇 번이고 고려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나' 전달법 : 너의 행동이 나에게는 어떻게 느껴졌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추론 없이 자신의 감정만을 담아 정직하게 표현하는 전달법입니다. 예를 들면 "너 되게 기분 나쁜 애야" 대신 "너가 한 행동이 나의 기분을 상하게했어"라고 전달하는 식인데, (좀 오글거리죠?) 꼭 저 형태를 지킨다기보다는 원칙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로 전달한다고 해도 극도로 부정적인 감정은 오히려 더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너가 그렇게 말해서 난 비참해졌어"라는 말은 듣는 사람 또한 비참하게 만들테니까요.
3. 충고와 조언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충고는 하지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충고나 조언을 하기전에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정말 우리는 상대방이 잘되도록 하기 위해서 충고를 하는 것인지, 내 요구조건을 위해 충고를 하는 것인지, 혹은 내 우월감 때문에 충고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저 친구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듣기 싫다거나 귀찮아서 너가 잘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그것을 편하게 여기고 좋아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생각보다 조언이나 충고는 생각보다 우리의 요구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충고를 하는 사람은 우월감을 느낍니다. 적어도 내가 상대방에게 조언을 하는 높은 위치가 된 것이고, 자신이 더 나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 우월감은 상대방을 깎아내리면서 생겼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 충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도 확인해봐야합니다.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너가 그 일을 잊어야되는것이지 식으로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며, 효과도 없습니다. 효과도 없는 것을 알면서 하는 충고는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비록 내 심기에 조금 불편할지라도) 조용히 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윤리적인 선을 넘은 행동을 눈감아주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를 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위해 고쳐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저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꾼 경우는 누군가 저를 혼내는 것이 아니라(그러면 혼난 것에 대한 모욕감에 대한 반감으로 오히려 그 충고까지 부인하게 됩니다) 더 좋은 본보기를 조용히 보여줄 때였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에게 말로 화를 내듯이, 혹은 무섭게 충고하기보다 (상대방의 태도가 화를 내는 태도라면
아무리 그 의견에 수긍해도 그 자리에서 시인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자존심 때문에요.) 다음에 묵묵히 그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효과를 일으킬테니까요.
"너는 왜 사람 말을 안듣니?"라고 말하는 대신에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기다리는 모습을 (더 강하게) 보여주거나,
"너는 왜 시간을 맞추는데 희생을 전혀 안하니?"라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더 양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4. 전이, 내 안의 이유 생각하기
정신분석학에는 전이(transferance)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 아동기 동안에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느낌, 사고, 행동 유형이 현재 맺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전치 된 것. 이 과정은 대체로 무의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환자는 전이에서 나타나는 태도, 환상 그리고 사랑, 미움, 분노와 같은 감정의 다양한 원천들을 지각하지 못한다. 이 현상은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때로는 당사자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그런 감정 유형의 원래 대상이지만, 형제자매, 조부모, 교사, 의사 그리고 아동기의 영웅들도 전이의 대상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이 [TRANSFERENCE] (정신분석용어사전, 2002.8.10, 서울대상관계정신분석연구소[한국심리치료연구소])
과거에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대상에 대한 기억 때문에 다른 사람(비슷한 특징이 있거나 비슷한 역할)에게 그 대상을 투사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어렸을 적 나를 강압적으로 대하던 사람으로 인해 고통 받았다면 심지어 상담을 하면서 상담자(무슨 악의가 있겠습니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맞추어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우리는 늘 상황을 '해석'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 행동이나 말만으로는 상대방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에 관한 정확한 의도나 정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 때 우리는 과거 우리의 경험을 해석에 동원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은 의식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렇기때문에 나도 모르게 확대해석(나의 과거를 투영)하고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하다가 기분이 나빠진다면, 그 이유를 상대방의 악의보다는 내 안에서 한 번 더 찾아보고자 노력해보는 것 또한 원만한 대화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외부로 시선을 돌려보기
한 가지 주제에 관해 누군가와 다른 시선을 가지고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자신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근거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서로 교차점을 찾기가 힘들고 대화 또한 힘들어집니다. 그럴 때는 잠시 외부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보거나, 다른 일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잠시 서로 주장하는 바에서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성공적으로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너무 힘들 때면, 그냥 아무 상관 없는 명랑한 노래라도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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