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각의 쾌락을 빼앗고, 성적 쾌락을 빼앗고, 듣는 쾌감을 빼앗고, 또 아름다운 형태를 봄으로써 일어나는 달콤한 감정들을 빼앗아버린다면 나는 행복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피쿠로스
우리에게 있어 감각은 필수적입니다. 세상을 느끼고 재구성하는 창이지요.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생존을 도울 뿐 아니라, 원래의 의도를 넘어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줍니다. 오늘날 수많은 상품들이 인간의 감각을 사로잡기 위한 것들이죠. 맛있는 음식, 향이 좋은 향수 등등. 인간에게 기본적인 감각은 보통 다섯 가지로 분류합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입니다.
시각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에게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이 시각일 것입니다. 시각은 빛을 감지하는 감각이자, 가장 많이 연구된 감각이기도 하지요. 심미감, 미학(aesthetics) 등 대부분의 아름다움에 관한 연구가 시각적인 분야에 집중됩니다. 예술작품도 대다수가 시각적 형태로 존재합니다. 회화나 조형 등 대부분 우리가 향유하는 '작품'들은 시각적 예술이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듯이, 우리가 굳이 같은 가격에 혹은 더 비싸더라도 디자인을 보고 고르는 선택 또한 시각적 효용에 의한 것입니다. 좀 불편하더라도 예쁜 옷을 사는 것에서부터 고가의 예술작품을 사들이는 것 또한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이지요. 거리에서 향기가 없을지언정 행복감을 주는 꽃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이너비전>은 예술적 작품에서 우리가 느끼는 심미감과 우리의 뇌를 연관시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예술적 감각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아름다움들이 존재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미감을 우리의 뇌 속에서 발견하지요. 예를들면, 몬드리안의 추상예술은 기본적인 직선들을 다루는데, 우리의 뇌가 형태를 지각하는 기제를 따라 올라가보면 직선의 형태로 인식을 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모양도 궁극적으로 우리 뇌에서는 직선으로 분석을 하는 것으로 연관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예술이란 사실 우리의 뇌가 사물을 인식하는 바를 반영합니다.
우리에게 시각적 행복감을 주는 경험들
*예술작품들
파리에 있을 때 '눈 호강'을 했습니다. 모네의 수련, 르누아르의 그림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죠. 정말 놀라웠던 것은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의 <키스>(클림트) 였습니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반짝임과 아름다움은 하루종일 황홀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영화관
단순한 사진 몇장으로 시작한 영화산업은(뤼미에르 형제의 작품이 유명합니다.) 현재 3D를 넘어 4D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청각적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래비티>와 같은 영화는 확실히 청각적인 것 보다는 시각을 자극하는 영화였지요. 이제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되어 입체마저 앉아있는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향유의 시대가 왔습니다.
청각
청각 또한 예술적 성과가 뛰어난 감각입니다. 청각은 빛이 아닌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이죠. 고전적인 쇼팽의 음악부터 헤비메탈음악, '금빛 게으른 울음(공감각적 표현이긴 하지만)'까지 모두 우리의 귀를 자극하는 것들이죠. 태교에 정말 많이 쓰이는 것이 음악이기도 합니다. 아직 세상에 눈을 뜨지 않은 태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감각적 선물이어서 일까요? 혹은 누군가에겐 단편적 즐거움을 넘은 삶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그래서 저는 음악에, 제가 부르는 노래들에게 감사해요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음악이 가져다준 모든 즐거움에 감사해요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정말 음악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What would life be?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Without a song or a dance what are we?
노래와 춤 없이, 우리는 무엇인가요?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그래서 저는 음악에 감사해요,
For giving it to me
음악이 저에게 준 모든 것에요.
-Thank you for the music의 가사 중
이전부터 음악은 또한 종교적 몰입과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찬송가나 성가와 같은 떠올리기 쉬운 예들 외에도, 불교에서조차 리듬감이 있는 불경과 목탁 소리를 들을 수 있죠. 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수많은 종교적 예식에서 음악이 쓰였습니다. 종교가 있기 이전에서부터, 아주 단편적이나마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음악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원시민족에게 있어 박자는 큰 의미가 있다" -엥겔스
후각
후각은 화학적 물질을 직접 감지하는 기관입니다. 몸에 해로운 약품이나 물질은 대개 우리에게 역한 냄새를 느끼게 하지요. 이러한 독성의 물질을 직접 감지하는 기관이기에 세포 그 자체의 교환도 빠른 편입니다. 우리는 어떤 후각적인 향유를 하나요? 후각은 또한 가상적으로 전달되기 힘든 분야이기도 합니다. 시각적, 청각적 예술은 원작의 아우라를 잃을지언정(1934, 발터 벤야민의 논문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에 등장한 개념) 끊임없이 복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각은 향수를 통해 상품화된 분야이긴하지만 아직 랜선을 타고 전달되기에는 무리가 있지요. (실제로 향기가 나는 영화관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별로였다는 후기들이...) 후각은 또한 기억과 관련이 깊은 기관입니다. 후각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과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이 가깝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지요. 확실히 기억과 후각의 관계를 증명하려는 연구들이 있어왔습니다. <프루스트 효과: 냄새로 기억을 상기시키는 효과> 이러한 것을 증명하듯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마들렌(차와 함께 마시는 빵과자)의 향기와 함께 시작됩니다.
"어머니는 둥그스름하고 앙증맞은 작은 케이크, 즉 세로로 홈이 파인 조개껍데기 모양의 예쁜 마들렌을 주셨다. 기력이 빠진 나는 마지못해 입을 열고 마들렌을 적신 차를 조금 맛보았다. 케이크 부스러기가 섞인 따뜻한 차가 입천장에 닿자마자 나는 이내 몸서리쳤다.… 갑자기 그 맛이 기억났다. 그 맛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에 먹는 작은 마들렌 조각의 맛과 비슷했다…. 곧 이모의 방이 있는 거리 위쪽의 오래된 잿빛 집이 작은 현관과 분리된 무대처럼 우뚝 치솟았다"
또한 후각은 직접 드러내지 않는 욕망과 관련이 있으며, 의식적으로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도 어떤 것인지 인지 알아채는 인지적 역치는 3배정도 차이가 나는 감각입니다) 향수 또한, 직접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하죠. 후각은 그래서 무의식의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감각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맛은 향입니다. 딸기맛, 메론 맛 등등..
*후각에 관한 또다른 소설, 향수
감정에 관해 파고듭니다. 이성과 의식의 영역이 아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많은 것을 조종하는 향기의 힘에 관한 소설이죠. 향기에 대한 묘사, 스토리와 등장인물 모두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인간의 많은 감정의 원인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향기에 돌린다는 점입니다.
"그에게는 말의 땀에서 나는 냄새도 막 피어나는 장미꽃송이의 부드럽고 푸른 냄새에 못지 않게 중요했다. 코를 쏘는 듯한 빈대보다 못할 것이 없었다."
"앞으로 한두 해만 더 성숙하게 되면 이 향기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향기의 마법에 걸리면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사로잡히면서도 그 이유조차 제대로 모를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는 숨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들이 그녀에게 굴복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품위 때문이라고 말하겠지."
미각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에 관해서는 별 말이 필요없겠습니다. 혀에 전달되는 매개물은 (후각에서는 기체의 형태였지만) 액체입니다. 바위를 핥아도 별 맛이 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액체의 형태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입에서 말 그대로 '녹은-융해된' 사탕은 그 맛을 느낄 수 있죠. 미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쓴 음식은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는 그러한 음식을 피하도록 감각을 발달시켜왔습니다. 단 맛은 당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우리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리는 지표입니다. 실제로 당은 우리 기분과 관련이 많죠. 우울할 때 단 것이 당기는 이유는 당을 공급하기 위해서이고, 실제로 초콜렛과 같이 지방과 당을 풍부하게 포함한(다이어트의 주적..) 식품은 사람의 기분을 고양시킨다고 하죠. 또한 약간의 카페인을 함유하여 중추신경을 자극한다고도 합니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음식, 미각과 사랑의 감정을 조화롭게 표현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음식과 사랑에는 경계가 없다는 작가의 말이 있었는데, 실제로 최근 사랑의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이 거식증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죠.
"증조할머니의 뱃속에 계셨을 때 벌써 양파냄새 때문에 우셨다는데요. 우는 소리가 하도 커서 반귀머거리인 요리사 나챠도 들었을 정도였다니까요. (중략) 나챠의 말로는 식탁을 흥건이 적시고 부엌바닥까지 흘러내렸던 그 눈물에 실려서 세상에 밀려나왔다고 해요. 그날 오후, 소란이 잠잠해지고 햇볕에 물기가 마르자 나챠 는 붉은 돌 바닥 위에 흩어져 있던 눈물의 자취들을 쓸어담았다. 열 바가지를 퍼 담아 자루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소금이 모아졌다. 모아진 소금은 오랫동안 요리에 썼다."
촉각
촉각은 그 자체로는 가장 원시적인 감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동물의 애정행각(??)의 중심에는 촉각이라는 감각이 위치합니다. 유명한 원숭이 실험이 있었죠. 아기 원숭이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철사 어미와 부드러운 헝겊으로 만들어준, 하지만 먹이는 주지 못하는 어미 중에 선택하도록 했을 때 아기 원숭이가 부드러운 감각을 주는 어미에게 대부분 붙어있었다는 실험이요.(해리 할로우의 실험) 부드러운 촉감은 인간에게 뿐 아니라 많은 동물들 또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봅니다. 또 아주 어린 유아가 지속적으로 안아주었을 때, 소모증으로 죽는 경우가 훨씬 줄었다는 이야기 또한 유명하죠.
포옹이나 성행위와 같이 애정을 담은 촉각적 자극은 옥시토신을 분비시키고 사랑의 감정과 행복감을 강화시킨다는 연구결과 또한 있습니다. 영화 <퍼펙트 센스>는 감각을 하나씩 잃어가는 연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가 감각을 하나씩 상실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사랑을 이어나가려는 연인이 나옵니다. 감각을 상실하지만, 마지막까지 촉각은 남아있죠.
"이젠 암흑뿐이다. 하지만 서로의 숨결을 느낀다. 그리고 알아야할 모든 것을 안다.키스를 한다. 서로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느낀다. 만약에 누가 보았다면 아주 평범한 연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생략) 눈을 감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의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세상은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우리는 감각을 통해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감각없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음에 감사해봅니다.
*참고도서 및 관련도서
-Sensation and perseption, Goldstein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이너비전 : 뇌를 보는 그림, 뇌로 그리는 미술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 : 후각심리학이 밝히는 세상의 블랙박스 , Gilbert, A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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