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투란도트의 줄거리와 함께 상대적으로 조금 덜 유명한(...) 아리아 몇 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투란도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할게요.
주연인 투란도트 공주(소프라노), 망국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테너), 칼라프의 아버지인 티무르(베이스), 노예소녀 류(소프라노)는 앞의 글에서도 살짝 등장했죠? 여기에 추가로 투란도트 공주의 아버지 알톰 황제(테너), 중국의 대신인 핑(바리톤),팡(테너),퐁(테너), 등장하자마자 목이 날아가는 페르시아 왕자 등이 있어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제 1막의 막이 열리면 한 관리가 나타나 포고문을 읽기 시작합니다.
"북경의 백성들이여 들어라. 황제의 딸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이 내놓은 세 가지 수수께기를 맞추는 왕가 혈통의 구혼자와 결혼할 것이다. 그러나 수수께기를 풀지 못하는 자는 참수형에 처한다. 페르시아 왕자가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달이 떠오르면 그의 목은 망나니의 칼에 떨어질 것이다!"
이때 군중에 떠밀려 쓰러진 한 노인을 지나가던 젊은이가 부축합니다. 알고보니 노인은 타타르 왕국에서 축출되어 유랑생활을 하던 눈먼 왕 티무르였고, 도와준 젊은이는 그의 아들 칼라프 왕자였어요. 두 사람은 우연한 재회를 기뻐하고 티무르는 망명생활 중 자신을 돌봐준 여자노예 류를 칼라프에게 소개합니다.
달이 떠오를 때가 가까워지고, 형장으로 끌려가는 페르시아 왕자의 행렬이 군중 앞을 지나가게 됩니다. 창백한 페르시아 왕자의 얼굴을 본 백성들은 합창으로 투란도트 공주에게 자비를 애원하지만 궁궐 망루에 나타난 투란도트 공주는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사형집행을 지시합니다. 이때 멀리서 투란도트 공주를 지켜보던 칼라프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됩니다.
페르시아 왕자는 형장으로 이끌려가고 광장에는 칼라프, 티무르, 류만 남게 되는데요. 칼라프는 아버지 티무르에게 자신은 투란도트 공주에게 반했다고 말하며 티무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수수께기에 도전하겠다고 궁궐을 향해 뛰어갑니다. 티무르가 나이 든 아버지를 버리느냐며 비탄에 빠지자, 옆에 있던 류가 왕자에게 다가가 흐느끼며 노래를 부릅니다. 바로 아리아 '들어보세요 왕자님 (Signore Ascolta)'입니다.
그러나 류의 애원에도 칼라프는 아버지 티무르를 부탁한다는 말만을 남긴채 징을 세 번 울려 공주의 수수께기에 도전을 선언해요. 티무르와 류는 충격에 빠지고, 세 명의 관리 핑,팡,퐁은 큰 웃음으로 왕자를 조롱하는 가운데 칼라프가 단호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1막이 끝나게 됩니다.
2막 제1장에서는 핑,팡,퐁 세 명의 관리들이 모여 공주에게 도전장을 낸 왕자 칼라프의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까지 수수께기를 풀지 못해 사형당한 남자는 셀 수 없이 많고, 칼라프는 호랑이해인 올해 도전하는 13번째 왕자라고요. 그들은 지나간 세월의 무상함과 고향 호난에 대한 그리움, 투란도트 공주가 사랑에 눈을 떠 중국에 다시 한번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합니다.
핑, 팡, 퐁
제 2장은 왕궁 앞 광장이 배경입니다. 황제가 먼저 나와 도전자 칼라프를 만류하며 목숨을 아깝게 여기라고 말하지만 칼라프는 자신만만한 표정입니다. 이윽고 공주가 등장해 아리아 '옛날 이 궁전에서(In questa Reggia)'를 부르며 자신이 왜 남자들을 그토록 혐오하게 되었는가를 밝힙니다. “누구도 꺾지 못할 긍지와 확신으로 엄격하게 나라를 다스렸던” 자신의 할머니 로우링 공주가 타타르 인의 침략 때 칼라프같은 이방인 사내에게 겁탈 당하고 죽었기 때문에, 그 할머니의 원한을 풀기 위해 자신은 청혼자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주가 도도하고 위협적인 자세로 '이방인이여, 수수께기는 세 개, 그러나 죽음은 하나 (Gli enigmi sono tre, la morte una!)'라고 말하자 이를 되받아 칼라프가 '수수께기는 세 개, 생명이 하나 (Gli enigmi sono tre, una e la vita!)'라고 외칩니다. 이윽고 나팔이 울리면서 드디어 수수께기가 시작되죠. 이 장면은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으니 훌쩍 넘어가서, 칼라프가 모든 수수께기를 풀어내자 공주는 매우 당황해하며 '모욕적으로 쳐다보지마라. 나는 네 소유가 되진 않는다'고 소리칩니다. 그러나 황제와 백성들은 맹세는 신성한 것이라 말하죠. 이때 칼라프가 역으로 한가지 제안을 해 옵니다.
"새벽녘까지 내 이름을 알아내보시오. 알아맞힌다면 그대의 승리. 원한다면 내가 죽으리다"
제 3막은 왕궁의 정원에서 시작됩니다. 칼라프가 계단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왕자의 이름을 알아낼때까지 잠들어선 안된다'며 공주의 명령을 전하는 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칼라프는 일어서서 사랑의 승리를 확신하는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 (Nessun Dorma)' 를 노래합니다.
갑자기 핑,팡,퐁이 달려나오며 왕자에게 이름을 밝히라고 위협을 가합니다. 칼라프가 거절하자 그들은 반라의 여자들과 보물을 들이대며 끊임없이 왕자를 회유하고, 북경의 백성들 또한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하면 자신들이 죽게되니 제발 북경을 떠나달라고 애원과 협박을 되풀이합니다. 이때 위병들이 티무르와 류를 끌고 나오고, 백성들은 이 두 사람이 칼라프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윽고 투란도트 공주가 등장해 칼라프의 이름을 알기 위해 티무르를 고문하려고 하자 류가 왕자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며 티무르의 앞을 막아섭니다. 그러나 류는 잔혹한 고문에도 끝내 왕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이를 의아하게 여긴 투란도트가 류에게 이유를 물어봅니다. 류는 아리아 '가슴 속에 숨겨진 이 사랑(Tanto amore, segreto)'이라는 노래로 대답하죠.
사실 류는 예전부터 칼라프 왕자를 사모하고 있었다고 해요. 공주는 칼리프의 이름을 알지 못하게 될까 초조해하며 류를 죽일 마음을 품습니다. 죽음을 직감한 류는 '얼음장 같은 공주님의 마음도(Tu, che di gel sei cinta)'라는 최후의 아리아를 마치고 위병의 단검을 뽑아 자결을 해요.
그리고 그녀의 희생에 깊은 감명을 받은 사람들은 칼라프와 공주만 내버려두고 슬픔에 빠진 티무르의 뒤를 쫓으며 류의 시체를 운반합니다.
여기까지가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이고, 이후는 제자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이 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홀로 남은 칼라프와 투란도트. 칼라프는 투란도트에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감싼 베일을 벗겨버리고, 거세게 거부하는 투란도트를 억지로 껴안으며 격정적인 키스를 한다. 공주는 크게 화를 내지만 칼라프가 더욱 열정적으로 사랑을 호소하자 공주의 차가운 마음도 점점 녹아 눈물을 흘린다. 날이 밝아 새벽이 되자 왕자는 공주에게 '이제 공주는 나의 것, 내 이름도 목숨도 공주에게 바치리라. 나는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곧이어 심판의 시간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퍼지고 황제가 나타난다. 공주는 아버지 알투움에게 '이 젊은이의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Amor)!'이라고 소리높여 외치고, 칼라프가 공주를 뜨겁게 포옹하며 주위사람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투란도트는 등장인물도 많지 않은 편이고, 줄거리도 어렵지 않아서 가볍게 보기 좋은 오페라라고 생각해요. 또 줄거리를 신경쓰지 않고 그냥 노래와 화려한 무대만 즐겨도 좋고요!
그럼 다음 번에는 또 다른 오페라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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