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도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오페라는 바로 <돈 조반니>입니다.
'돈 조반니'는 '돈 지오반니', 또는 '돈 후안','돈 주앙'으로도 불리는 가공의 인물입니다. 카사노바와 더불어 바람둥이, 호색가로 유명하죠. 일명 방탕의 아이콘입니다. 돈 후안[Don Juan]은 원래 민간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가 쓴 비극 <<세비야의 호색가>>에서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이후 희곡, 소설, 시 등에서 악당 주인공으로 꾸준히 등장하며 잘 알려지게 되었죠. 이 인물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게 된 데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도 오페라의 줄거리와 함께 유명한 아리아 몇 곡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페라의 배경은 17세기 스페인, 세비야입니다. 1막은 기사장의 집 정원에서 시작됩니다. 레포렐로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Notte e giorno faticar 밤과 낮, 항상 나는 지치네"를 부르는 것으로 오페라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는 주인인 돈 조반니를 위해 망을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의 노래가 끝나면 돈나 안나와 가면을 쓴 돈 조반니가 무대에 나타납니다. 돈나 안나는 자신을 겁탈하려던 돈 조반니에게 ‘죽어도 놓지 않겠다’고 외치며 그의 정체를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해요. 돈 조반니는 얼굴을 가리며 ‘내가 누군지 알게 할 것 같은가’라고 말하고, 레포렐로는 그늘에 숨어 ‘이 무슨 소동이냐’며 놀라워하죠. 이 부분이 "Non sperar, se non m'uccidi 날 죽이려는 게 아니면 달아나지 마시오"라는 삼중창입니다. 이윽고 돈나 안나의 아버지인 기사장이 나타나 그녀가 도움을 청하러 간 사이에 돈 조반니와 결투를 하게 됩니다. 돈 조반니는 결투 끝에 기사장을 찔러 죽이고 몰래 도망칩니다.
뒤늦게 약혼자인 돈 옷타비오를 데리고 돌아온 안나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하고 기절했다가 곧 깨어납니다. 시체는 옮겨지고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안나의 노래로 시작해 돈 옷타비오가 예비 장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중창 "Fuggi, crudele fuggi 도망쳐라 나쁜 놈, 도망쳐."가 울려퍼집니다.
장면이 바뀌고 밝은 새벽, 돈 조반니 저택 밖의 광장이 나타납니다. 조반니와 레포렐로는 도착하자마자 연인에게 차여 복수를 다짐하는 한 여인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요. 이 여인은 "Ah, chi mi dice mai quel barbaro dov'e 아, 누군가 나에게 말해 주겠지, 그 불한당 같은 놈이 있는 곳을."이라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돈 조반니는 그 여자에게 수작을 부리려 다가가지만, 그녀는 사실 자신이 최근에 만나다가 차 버린 돈나 엘비라였어요. 돈 조반니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그녀를 레포렐로에게 떠맡기고 급히 자리를 뜹니다. 그녀에게 사실을 알려주라는 명령과 함께 말이에요. 그러자 레포렐로는 돈 조반니의 애인 목록을 펼쳐 읽어주며 돈나 엘비라를 위로(?)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것이 레포렐로의 아리아 "Madamina! Il catalago e questo 아가씨! 이게 바로 그 목록이에요.”입니다. 이 아리아는 ‘카탈로그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왜 이런 제목이 붙게 되었는지는 아리아의 가사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어요.
아씨, 여기 제 주인님이 사랑했언
어여쁜 이들의 명단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작성했습죠.
보십쇼, 저와 함께 읽어보아요.
보십쇼, 저와 함께 읽어보아요.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에서 230명
프랑스에서 100명 터키에서는 90명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벌써 천 명 하고도 셋 되겠습니다.
천 명 하고도 셋이요.
천 명 하고도 셋이요.
이 중에는 시골 처녀도 있고
하녀도 있고 도시 여인도 있고
백작 부인에 남작녀에
후작녀에 공주에 모든 계층과 모든 외모와
모든 나이대의 여자들이 망라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에서 230명
프랑스에서 100명 터키에서는 90명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벌써 천 명 하고도 셋이라니깐요.
천 명 하고도 셋이라니깐요.
천 명 하고도 셋이요.
이 중에는 시골 처녀도 있고
하녀도 있고 도시 여인도 있고
백작 부인에 남작녀에
후작녀에 공주에 모든 계층과 모든 외모와
모든 나이대의 여자들이 망라되었습니다.
우리 주인님은 금발 여자는 상냥하다 찬양하시고
갈색 머리 여자는 지조있으며
흰 머리는 사랑스럽다십니다.
겨울에는 뚱뚱한 여자를 안아야 제 맛이고
여름에는 마른 여자가 좋다십니다.
키 큰 여자는 당당해서 좋고
작은 여자는 늘 귀엽고
다 늙은 여자는 명단을 늘리는 맛에 유혹하고
가장 애호하는 공략 대상은 어린 처녀들입죠.
여자가 돈이 많든 가난하든
추녀든 아름답든 신경 안 쓰십니다.
그저 치마만 걸치고 있으면
우리 주인님이 무슨 짓을 하시는지는 마담도 아시겠죠.
돈나 엘비라는 복수를 맹세하며 나가게 되고, 마제토와 체를리나의 결혼 행렬 장면이 시작됩니다. 돈 조반니와 레포렐라가 뒤이어 나타나는데, 돈 조반니는 체를리나를 발견하자마자 그녀에게 반하게 됩니다. 돈 조반니는 자신의 저택에서 결혼 연회를 베풀어 질투심이 강한 마제토를 체를리나로부터 떨어뜨려 놓으려고 합니다. 마제토는 체를리나와 단둘이 남으려는 조반니의 속셈을 알아차리고는 화를 내며 "Ho capito! Signor, si 알겠어요! 예, 나으리."라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여차저차해서 돈 죠반니와 체를리나는 곧 단둘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돈 조반니는 바로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수작을 겁니다. 이 때 부르는 이중창이 바로 "Lá ci darem la mano - 저기서 우리 손을 맞잡아요."라는 곡입니다.
감미로운 선율로 '자, 서로 손을 잡읍시다, 바로 저기, 자 가자, 체를리나'라고 돈 죠반니가 노래하기 시작하고, 망설이던 체를리나도 마침내 굴복, 돈 죠반니의 '가자'라는 말에 '가요'로 답하며 행복한 2중창을 부릅니다.
체를리나가 돈 조반니에게 완전히 넘어가려는 그 순간, 돈나 엘비라가 도착해 둘 사이에 훼방을 놓습니다. 여기에서는 돈나 엘비라가 "Ah, fuggi il traditor 배신자에게서 도망쳐요!"라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체를리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본래 신랑인 마제토에게 돌아갑니다.
한편, 돈 옷타비오와 돈나 안나가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두 사람은 아직 그 인물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입니다.)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도착해서는 돈 조반니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돈나 안나는 조반니가 그녀를 공격했던 사람인 줄 모르고 도움을 요청하고, 조반니는 진심을 가장해 그녀의 평화를 방해한 나쁜 놈이 누구인지 물으며 다시 한번 돈나 안나를 유혹할 기회를 엿봅니다. 그러나 엘비라가 다시 나타나 조반니가 최근에 그녀를 배신했음을 알려주죠. 그러자 죠반니는 돈 옷타비오와 돈나 안나에게 엘비라의 정신이 이상한 것이라며 오히려 엘비라를 나무랍니다. 여기에서는 사중창 "Non ti fidar, o misera - 그를 믿지 말아요, 불쌍한 사람아."가 불려집니다.
이윽고 돈 조반니가 기사장을 죽인 범인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을 맹세하며 떠나려 하자, 그를 갑자기 알아 본 돈나 안나는 그가 바로 살인자라고 지목합니다. 돈 옷타비오는 납득하지는 못하지만 그를 주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돈나 안나의 아리아 "Or sai chi l'onore 나의 자존심을 빼앗은 자가 바로 저 놈이에요.", 그리고 돈 옷타비오의 아리아 "Dalla sua pace 그녀의 평화에”가 등장합니다. 사실 이 곡은 프라하 초연때에는 없던 곡이라고 해요. 빈 초연 당시 돈 옷타비오 역을 맡았던 테너 프란체스코 모렐라의 요청으로 Il mio tesoro 대신 훨씬 더 쉬운 Dalla sua pace를 만들어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현재는 두 곡 모두 부르고 있습니다.
레포렐로는 돈 조반니에게 하객들이 모두 저택에 모여 있으며, 마제토를 안심시켰지만 체를리나가 다시 나타나는 바람에 일이 엉망이 되었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나 기분이 매우 좋은 돈 죠반니는 레포렐로에게 파티를 열라고 지시하며 서둘러 저택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에서 돈 조반니의 "Fin ch'han dal vino 포도주 마시며"라는 아리아가 나오는데, 이 아리아는 흔히 ‘샴페인의 노래’라고 불립니다. 가사에는 한번도 샴페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포도주로 머리가 뜨거워지도록 잔치판을 준비해라
광장에서 여자를 보거든 모두 초대해라
각자 마음껏 춤을 추라지
여기서는 미뉴에트 저기서는 폴리아
거기서는 알르망드
그 동안 나는 내 재미를 찾으련다
이 여자를 사랑하고 저 여자를 품으며
내일 아침이면 내게 정복당한 여자들은 두 자리 수가 늘어나겠지
광장에서 여자를 보거든 모두 초대해라
내일 아침이면 내게 정복당한 여자들은 두 자리 수가 늘어나겠지
각자 마음껏 춤을 추라지
여기서는 미뉴에트 저기서는 폴리아
거기서는 알르망드
내일 아침이면 내게 정복당한 여자들은 두 자리 수가 늘어나겠지
체를리나는 질투심에 불타는 마제토를 따라다니며 그를 달래려고 합니다. 체를리나의 아리아 "Batti, batti o bel Masetto 나를 때려주세요, 잘생긴 마제토"는 이 장면에서 등장해요.
때려줘요, 때려줘요, 잘생긴 마제토
당신의 가엾은 체를리나를
난 여기 어린 양처럼 얌전히 서서
당신의 매질을 견딜게요.
때려줘요, 때려줘요,
당신의 체를리나를
난 여기 얌전히 서서
당신의 매질을 견딜게요
내 머리칼을 쥐어뜯고
내 눈을 할퀴어 파내도 좋아요.
그래도 난 당신의 다정한 손에
기쁘게 입맞출래요.
때려줘요, 때려줘요, 잘생긴 마제토
당신의 가엾은 체를리나를
난 여기 어린 양처럼 얌전히 서서
당신의 매질을 견딜게요.
때려줘요, 마제토
때려줘요, 때려줘요.
난 여기 얌전히 서서
당신의 매질을 견딜게요
아, 당신도 엄두를 못 내고 있네요.
우리 이제 화해해요, 내 사랑
우리의 남은 날들과 밤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요.
우리 이제 화해해요, 내 사랑
우리의 남은 날들과 밤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요.
그녀가 그에게 결백함을 믿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곧이어 돈 죠반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깜짝 놀라 도망가고 싶어합니다. 마제토의 믿음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돈 죠반니가 나타나면 체를리나가 그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직접 보기 위해 자리를 비켜 숨게 됩니다. 체를리나는 돈 조반니에게 보이지 않게 숨지만 곧 들키게 되고, 돈 조반니는 마제토와 맞닥뜨리기 전까지 계속 그녀를 유혹하려고 시도합니다. 마제토와 마주치자 돈 조반니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침착을 되찾고, 마제토에게 그가 자리에 없자 체를리나가 매우 슬퍼하는 바람에 그랬던 것이라며, 체를리나를 일단 마제토에게 보내 줍니다. 그리고 그 둘을 결혼 연회가 열리는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장식된 방으로 안내하죠. 그 때 레포렐로는 세 명의 가면을 쓴 손님과 함께 나타나는데, 사실 이들은 돈 조반니를 현장에서 잡기 위해 변장한 돈 엘비라와 돈 옷타비오, 그리고 돈나 안나였어요.
장면은 또 한번 바뀌어 이번에는 무도장이 나타납니다. 흥겹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레포렐로가 마제토의 주의를 끄는 동안 돈 조반니는 체를리나를 리드해서 나갑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체를리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레포렐로는 돈 조반니에게 급히 달려가 주의하라고 알려 줍니다. 이 때 조반니는 오히려 레포렐로가 체를리나를 유혹하려고 했다며 그를 방으로 끌고와 칼을 겨누며 다른 구경꾼들을 속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돈 조반니를 믿지 않고 그에게 공격을 가해요. 하지만 그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도망치는 데에 성공하면서 1막이 끝나게 됩니다.
제 2막은 돈나 엘비라의 집 바깥에서 시작됩니다. 레포렐로는 지난 밤 사건에 치가 떨려 돈 조반니에게 하인 노릇을 그만두고 떠나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조반니는 돈을 주며 그의 입을 다물게 합니다. 돈 조반니와 레포렐로의 "Eh via buffone 적당히 하자"라는 이중창이 끝나면, 돈나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고 싶어진 돈 조반니가 레포렐로에게 자신과 망또와 모자를 바꾸자고 설득합니다. 이 때 돈나 엘비라가 그녀의 창가로 나옵니다. 그리고 삼중창 "Ah taci, ingiusto core 아, 부정한 마음이여 조용히 하오"가 울려퍼지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돈 조반니는 일단 몸을 숨기고 레포렐로를 자신인 것처럼 옷을 입혀 내보낸 뒤, 자신이 후회하고 있으며 다시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노래를 부릅니다. 돈나 엘비라는 이 노래를 듣고 집 밖 길가로 나오죠. 그녀는 (돈 조반니의 옷을 입고 있는) 레포렐로를 조반니로 착각하고 그와 함께 나가게 됩니다. 한편, 조반니는 만돌린 소리에 맞춰 "Deh vieni alla inestra 나의 보석이여, 창가로 와다오"라는 세레나데를 부르며 돈나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려 시도합니다.
돈 조반니가 그 하녀를 유혹하는 와중에 그를 찾아 다니던 마제토 일행이 도착합니다. 레포렐로의 옷을 입고 있는 돈 조반니는 그들에게 자신도 조반니를 찾아 죽이고 싶다며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레포렐로의 옷을 입은) 조반니는 "Metá di voi qua vadano 반은 이쪽으로 갑시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일행을 두 편으로 나누고 모든 무기를 압수한 뒤 마제토를 때려 눕히고는 웃으면서 도망칩니다. 뒤늦게 도착한 체를리나는 "Vedrai carino 불쌍한 당신"라는 곡을 부르며 마제토를 위로해주고요.
장면이 바뀌어 컴컴한 안마당이 무대가 됩니다. 레포렐로가 돈나 엘비라를 버리고 도망가려는 와중에, 돈 옷타비오가 돈나 안나를 위로하며 도착한다. 또 레포렐로가 애를 쓰며 문을 찾다가 막 나서려는 순간 체를리나와 마제토가 그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여기에서 육중창 "Sola, sola in buio loco 이렇게 컴컴한 곳에 혼자"가 울려퍼지고, 레포렐로에게서 돈 조반니의 기장(記章)을 발견하고는 그를 잡는 데 성공해요. 이 모습을 본 돈나 안나와 돈 옷타비오도 레포렐로를 함께 포위하고요. 돈나 엘비라는 그가 자신의 남편이라면서 선처를 호소하며 그를 보호하려고 하지만 다른 네 명은 그녀를 무시합니다. 레포렐로는 그 틈을 타 망또를 벗어 자신이 진짜 돈 조반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여기서 레포렐로의 아리아 "Ah pietá signori miei 아, 여러분, 살려주세요"가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에 레포렐로는 줄행랑을 치고, 돈 옷타비오는 돈 죠반니의 죄를 알고 복수를 다짐하며 "Il mio tesoro 내 연인을 위해"라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한편 돈나 엘비라는 그녀를 다시 한 번 배신한 돈 조반니에 대해 분노하며 "Mi tradi quell'alma ingrata 그 악당이 나를 배신했어"라며 노래하죠. 사실 돈나 엘비라의 노래는 빈 초연 시 이 역할의 가수가 큰 아리아를 원해 그 요구에 따라 가수의 기교를 자랑하기 위해 추가로 만든 노래라고 해요. 돈 옷타비오 역의 테너가 부르기 힘들다고 해서 Il mio tesoro를 부르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인 것 같아요.
줄행랑을 친 레포렐로와 마제토를 때려눕히고 도망친 돈 조반니는 우연히 달밤에 기사장의 입상이 있는 묘지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돈 조반니는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갑자기 '네 웃음도 오늘밤뿐이다'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또 기사장의 석상에 '나를 죽인 악당에의 복수를 여기서 기다린다'라고 씌어있는 것을 레포렐로가 보고는 벌벌 떨면서 읽어줍니다. 하지만 돈 조반니는 개의치 않고 두려움에 떠는 레포렐로를 위협해 석상을 오늘 밤 만찬에 초대한다는 사실을 석상에게 알리도록 합니다. 이에 석상이 고개를 끄덕이고, 돈 조반니는 믿지 않았지만 재차 확인하고 난 뒤 기분 나빠합니다. 그가 석상을 향해 '입을 열어라'라고 하자 석상은 오직 '좋다'라고 대답하죠. 대답을 듣고 나자 돈 조반니도 무서워져 '돌아가서 준비하자'며 레포렐로를 끌고 퇴장합니다.
장면이 바뀌어 돈 조반니의 저택, 만찬 준비를 갖춘 식탁과 악사가 몇 명 자리잡고 있습니다. 레포렐로의 시중을 받으며 돈 조반니는 식사를 시작합니다. 이 때 제 3번째 음악으로 재밌게도 모차르트 자신의 '피가로의 결혼'중 '이제는 날지 못하리'가 나옵니다. 이 선율이 나올 때 레포렐로는 '아, 이 곡은 내가 너무 잘 알지'라고 말하기도 하죠. 돈 조반니는 레포렐로가 음식을 먹고 있는 걸 알아채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를 요구하고 또 먹고 있는 동안 휘파람을 불게해서 레포렐로를 놀립니다. 이 때 돈나 엘비라가 마지막으로 생활을 올바르게 고칠것을 탄원하러 옵니다. 돈 죠반니는 '함께 식사나 하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엘비라는 마침내 화를 내고 뛰쳐나갑니다. 그러나 갑자기 엘비라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뛰어들어 왔다가 다른 문으로 뛰어 나가요. 레포렐로 역시 비명을 지르면서 '대리석으로 된 하얀 사나이가 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윽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레포렐로는 숨어 버립니다. 돈 조반니가 손수 문을 열자 석상이 들어옵니다. 돈 조반니가 레포렐로에게 한 명 분의 식사를 더 가져오게 하자, 석상은 '식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다른 용건으로 왔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이 바로 <돈 조반니>에서 가장 유명한 ‘석상 신’입니다.
LA STATUA:
Don Giovanni, a cenar teco
M'invitasti e son venuto!
돈 지오반니, 네가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기에
내가 왔다!
DON GIOVANNI:
Non l'avrei giammai creduto;
Ma farò quel che potrò.
Leporello, un altra cena
Fa che subito si porti!
정말로 올 줄은 몰랐으나
최선을 다해 대접하마.
레포렐로, 당장 일인분을 더
대령해라!
LEPORELLO
Ah padron! Siam tutti morti.
아 주인님! 우리는 이제 다 죽은 목숨입니다.
DON GIOVANNI
Vanne dico!
어서 가라니까!
LA STATUA
Ferma un po'!
Non si pasce di cibo mortale
chi si pasce di cibo celeste;
Altra cure più gravi di queste,
Altra brama quaggiù mi guidò!
멈춰라!
천상의 음식을 향유하는 이에게는
지상의 음식은 필요없다.
나는 더 중요한 용건으로,
더 중대한 사명을 띠고 왔다!
LEPORELLO:
La terzana d'avere mi sembra
E le membra fermar più non so.
온몸이 오싹하고
사지가 덜덜 떨리네.
DON GIOVANNI:
Parla dunque! Che chiedi! Che vuoi?
그렇다면 말해보라! 무슨 용건으로 왔느냐! 뭘 바라느냐?
LA STATUA:
Parlo; ascolta! Più tempo non ho!
말할테니 잘 듣거라! 내겐 시간이 얼마 없다!
DON GIOVANNI:
Parla, parla, ascoltandoti sto.
말 하라, 말 하라, 들어주마.
LA STATUA:
Tu m'invitasti a cena,
Il tuo dover or sai.
Rispondimi: verrai
tu a cenar meco?
너는 내게 함께 저녁을 들자 초청했으니
네가 해야할 일을 알 것이다.
대답하라. 너는
나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가겠느냐?
LEPORELLO
Oibò;
tempo non ha, scusate.
아이고,
제 주인님은 시간이 없으십니다, 양해해 주십쇼!
DON GIOVANNI:
A torto di viltate
Tacciato mai sarò.
그 누구도 나를
비겁자라 부르지는 못할 것이다.
LA STATUA:
Risolvi!
결정해라!
DON GIOVANNI:
Ho già risolto!
나는 이미 결정했다!
LA STATUA:
Verrai?
가겠느냐?
LEPORELLO
Dite di no!
안 된다고 하세요!
DON GIOVANNI:
Ho fermo il cuore in petto:
Non ho timor: verrò!
내 가슴 속 심장은 강하게 박동하고
나는 두려움을 모른다. 가겠다!
LA STATUA:
Dammi la mano in pegno!
약속의 표시로 내 손을 잡아라!
DON GIOVANNI
Eccola! Ohimé!
여기 있다! 이럴 수가!
LA STATUA:
Cos'hai?
무슨 일이냐?
DON GIOVANNI:
Che gelo è questo mai?
손이 얼음처럼 싸늘하다니?
LA STATUA:
Pentiti, cangia vita
È l'ultimo momento!
참회하라, 네 삶을 바꿔라,
마지막 기회다!
DON GIOVANNI
No, no, ch'io non mi pento,
Vanne lontan da me!
아니, 아니, 나는 참회하지 않는다,
꺼져라!
LA STATUA:
Pentiti, scellerato!
회개하라, 악한아!
DON GIOVANNI:
No, vecchio infatuato!
아니, 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늙은아!
LA STATUA:
Pentiti!
회개하라!
DON GIOVANNI:
No!
하지 않겠다!
LA STATUA:
Sì!
해라!
DON GIOVANNI:
No!
싫다!
LA STATUA:
Ah! tempo più non v'è!
아! 시간이 더 이상 없구나!
DON GIOVANNI:
Da qual tremore insolito
Sento assalir gli spiriti!
Dond'escono quei vortici
Di foco pien d'orror?
겪어보지 못한 전율이
내 영혼을 휘감는다!
이 끔찍한 불덩이들은
어디서 쏟아지는 것인가?
CORO di DIAVOLI
Tuo a tue colpe e poco!
Vieni, c'e un mal peggior!
네 죄의 무게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오너라, 더 큰 형벌이 너를 기다린다!
DON GIOVANNI:
Chi l'anima mi lacera?
Chi m'agita le viscere?
Che strazio, ohime, che smania!
Che inferno, che terror!
내 영혼을 물어뜯는 게 누구냐?
내 몸을 잡아찢는 것이 누구냐?
이 무슨 고통, 아아, 이 무슨 광기!
지옥과 공포!
LEPORELLO:
Che ceffo disperato!
Che gesti da dannato!
Che gridi, che lamenti!
Come mi fa terror!
절망에 차 이그러진 얼굴!
저주받은 자의 몸부림!
저 외침, 저 비명이
날 몸서리치게 한다!
엔딩 곡은 나머지 등장 인물이 출연 당국에 고소하고 돌아오는 장면으로 갑자기 전환됩니다. 레포렐로가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엘비라도 거들죠. 여기에 오타비오의 청혼에 안나는 상을 마치고 1년뒤에 하자고 대답합니다. 엘비라는 수녀원으로 가기로 하고, 체를리나와 마제토는 집에서 식사하기로 합니다. 마제토는 새주인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요. 6명은 '나쁜 짓을 한 자의 말로는 이와 같도다'라고 노래하고 막이 내립니다. 한때 비극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이 부분은 생략하고 공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새는 다시 이 마지막 중창을 넣고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네요. 에필로그 식으로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기능도 하고, 평화로운 선율과 함께 분위기 정리도 할 겸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평화로운 엔딩과 함께 마무리를 지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표준적인 고전 연출만 보았으니 마지막은 독특하게 현대식 연출로 끝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상을 마지막으로 <돈 조반니> 소개를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칼릭스토 비에이토가 연출한 무대의 마지막 중창입니다. 이 영상은 현대식 연출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버전이니 현재식 연출은 전부 이런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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