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행복에 관한 질문들

평범한 사랑과 일상의 소중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30.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일과 미래를 염두에 두고 살아갑니다. 우리의 삶이 계속 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죠.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내일을 꿈꾸기 힘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때로 '시한부 인생'이라고 부르는 경우이죠. 얼마 전에 본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대사로 시작합니다.

 

 

슬픈 이야기를 전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는
슬픔을 감동으로 포장하는 거예요
감미로운 노래를 곁들여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구요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그런 버전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죠.

 

 줄거리는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암 환자인 두 10대 남녀의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가 될테니 하지 않겠습니다.) 어느정도까지 밝혀야할지 몰라 참고한  영화네이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둘이 합쳐 폐는 1.5개, 다리는 3개
 호흡기조차 사랑스러운 ‘헤이즐’, 걸음걸이조차 매력적인 ‘어거스터스’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호흡기를 생명줄처럼 차고 있는 헤이즐. 집에 틀어박혀 리얼리티 쇼나 보며 하루를 축내는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에게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암 환자 모임에서 꽃미소가 매력적인 어거스터스를 만난다. 담배를 입에 물었지만 불은 붙이지 않는 ‘상징적인 행동’으로 헤이즐의 맹비난을 재치있게 받아넘긴 어거스터스는 시크하고 우울증마저 겪는 헤이즐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무한 설렘주의! 무엇도 방해할 수 없는 예측불허 로맨스~
 두 사람은 소설책을 나눠 읽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이 그토록 좋아하는 네덜란드의 작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지니의 소원’을 빌어 암스테르담 여행을 제안한다. 가족과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생애 처음으로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 자신을 시한폭탄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들 과 선을 그었던 그녀와, 거절당할까 두려워 진실을 감춰왔던 어거스터스는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예측불허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사랑만 두고 본다면, 수 십 수 백 커플들의 평범한 사랑이야기 같습니다. 마치 영화관에 이 영화를 보러 온 수 많은 커플들 처럼요. 하지만 내일의 생이 보장되지 않기에 사랑하지만 후에 자신이 떠나갈 때 상대방이 느낄 상실감과 상대방이 내 곁을 떠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죠.

 하지만 이 두 커플의 사랑은 여느 어떤 사람들과 같습니다. 특수한 상황 때문에 벌어진 특수한 사건들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어두운 전망을 제외하면요. (물론 큰 차이가 납니다만) 저는 여기서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평범하게 여기다 못해 하찮게, 흔하게 여기는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꿈꾸지만 쉽게 받아들이기조차 힘든 것이라고요.

 점점 거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이 떠나고나면 거스가 느끼게 될 상실감이 두려운 헤이즐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수류탄이야."(시한 폭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토록 누군가가 간절하게 소망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얻었다는 이유로 하찮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물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한 이 영화는 남녀의 사랑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헤이즐과 그녀의 가족의 이야기 또한 다루지요.

 어떤 시가 있습니다. 신에게 행복한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세상을 제일 먼저 떠나고, 그 다음 아버지, 그 다음에 아들 순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요.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또한 어떠했을까요? 이처럼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일상 또한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이즐의 부모님은 헤이즐이 그들에게 너무 큰 선물이고 행복이었듯, 그녀가 떠나도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또 살아갈 것이라 말합니다. 모든 자신의 욕심마저도 버린,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느껴졌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죽으면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겠지만.. 그래도 살아가겠지"-헤이즐의 엄마

또한 이 둘은 어떠한 커다란 '선택'을 하게 됩니다. 훗날 더욱 더 아프더라도 지금 사랑하고 행복할 것인지, 후를 위해 사랑을 미루어두고 친구로만 지낼 것인지 말이지요. 물론 둘은 전자를 선택합니다. 이를 선택할 때에는 안네(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의 목소리가 큰 몫을 하지요.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말을 곱씹던 헤이즐에게 안네는 지금의 행복을 잡으라고 말하고(영화를 본다면 알 수 있습니다. 나레이션과 같은 안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립니다.) 이에 따라 헤이즐은 거스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너랑 있을 수만 있다면 내 심장이 찢어져도 좋아." -어거스터스 (거스)

하지만 짧은 생애일지라도, 그 짧은 생애를 기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사랑입니다. 그 기적을 헤이즐은 다음과 같이 말하지요.
"넌 나의 한정된 삶에 무한함을 주었어"

'인문학 > 행복에 관한 질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눔의 경제  (0) 2014.09.07
나와 상대방을 위한 대화  (0) 2014.09.05
김미경 드림 온  (0) 2014.08.27
푸쉬킨의 시  (0) 2014.08.20
르누아르 : 행복한 그림들  (0) 2014.08.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