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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24.

1.

수학에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들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페르마가 쓴 내용 자체만을 보고는 정리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증명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나는 이 정리에 대한 기적적인 증명법을 정말로 발견했지만 그걸 여기다 쓰기에는 책의 여백이 너무 좁다.”라고 말했을 뿐이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관한 이야기가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수학자들, 그리고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된 이유는 이것이 증명되지 않은 정리이면서 동시에 너무나도 간단하고 분명한 명령이었기 때문입니다.



“n3 이상의 정수일 때 을 만족하는 정수해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 줄의 문제, 그것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 하나만 들어있는 이 문제가 무려 35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 세계의 수학자들을 괴롭혀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시나요? 흔히 어려운 수학문제들이 문제 자체가 난해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에 반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놀랄 만큼 단순하고 직관적이죠. 누구나 문제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매우 쉬워 보이기도 하고요. 쉬워 보이는 이유는 익숙해 보이는 방정식 부분에 있습니다. n2로 바꾸면 나타나는 그것, 바로 <피타고라스 정리>입니다.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길이를 제곱한 값은 나머지 두 변의 길이를 각각 제곱하여 더한 값과 일치한다.”는 이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리로부터 영감을 얻어 수백 년 동안 전 세계 수학자들을 무릎 꿇게 만든 최고의 난제 중 하나가 탄생했다는 게 참 신기하죠. 전 세계의 수학자들, 그리고 일반인들까지도 더욱더 이 문제에 매료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피에르 드 페르마. 그는 법조인이면서 뛰어난 아마추어 수학자이기도 했습니다.

2.

페르마가 정리를 발표한 이후로 이 문제에 매달린 수학자들은 수 없이 많습니다. 이 중에는 오일러와 같은 정말 위대한 수학자들도 있지요. 그들은 이 문제를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1993623일 앤드루 와일즈에 의해 증명이 선언될 때까지 말입니다. (사실 이 때 발표한 내용에서는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19949월에 오류를 바로잡고 나서 증명이 완료됩니다.)

이 책은 피타고라스 학파에서부터 시작해 와일즈가 이 문제를 만나 증명을 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으로 마무리됩니다. 1장에서는 고대의 <피타고라스 정리>로부터 어떻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파생되었는지를 다루고, 2장에서는 페르마란 인물이 누구인지, 그리고 페르마가 역사상 최고의 난제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수학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현대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까지 이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이 난제가 수학자들을 괴롭혀 왔는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와일즈의 업적을 다룹니다. 개인적으로는 와일즈가 이 문제를 증명하기까지 10년에 걸친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는 6, 7장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앤드루 와일즈

3.

저자는 수학적 개념들을 설명할 때 가급적 방정식을 쓰지 않고 쉽게 설명했지만 그래도 이 책만 읽으시는 건 좀 어려울 수도 있어서 bbc의 다큐멘터리를 첨부합니다. 책 속에 등장한 수학자들이 친절하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진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P.S. 한국어판 책은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번역했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용어와 사람 이름 등에서 잘못된 번역이 많습니다. 

번역이 잘못된 걸 견디기 힘드신 분들은 전에 소개했던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를 읽으셔도 좋습니다. 폴 에어디시가 페르마의 정리가 해결되는데 관심이 많았던지라 와일스의 증명에 얽힌 이야기도 잘 나와있고 이 책의 경우 수학교육에 평생을 매진한 수학과 교수님이 번역하신 거라 부록에 전문용어 설명도 자세하게 잘 되어있습니다.

아니면 '철학 수학'이라는 책을 읽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책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수학자들의 정열적이고 감동적 일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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