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행복에 관한 질문들

정신분석을 통한 내 감정 바라보기 <사람풍경>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19.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수 많은 감정과 사고를 겪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보편적이라고 생각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많은 경험이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또한 의식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고, 많은 부분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우리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으로 비유되곤 하죠. 사실 우리의 의식 그 기저에는 아주 깊은 무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빙하
프로이트는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입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라고도 불리죠. 그가 말하는 우리의 정신은 내재된 사회적 규범으로 우리를 감시하는 초자아(superego), 욕망과 충동의 원초아(id), 둘 사이를 중재하는 자아(ego) 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또한 중요한 점은 우리의 어린 시절이 마음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프로이트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구강기(oral), 항문기(anal), 성기기 등으로 나누어 그 때의 욕구 충족이 어떻게 일어났느냐에 따라(과잉 충족, 고착fixation 등의 형태로) 이후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확히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단계와 같은 개념이 아니더라도 후에 다른 심리학자들도 생애 시기에 따른 성격형성에 대해 많은 이론을 내놓았죠. 융의 이론, 에릭-에릭슨의 이론 등이 있습니다.


 *

 하여튼 이러한 정신분석적 개념들은 때로는 '믿거나 말거나'한 경우들도 있지만, 복잡하게 작동하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 여행을 통해서 발견한 우리의 감정들 : 책 <사람 풍경>

 

 <사람풍경>은 김형경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여행과 관찰을 통해서, 또 정신분석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그려냅니다.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많은 감정들을 정신분석적 시각에서, 또 작가의 경험을 통해 그려냅니다. 힘든 시간을 보낼때면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덕목인 용기를 소개하면서 몇 가지 감정들에 대해 소개해볼까합니다.
"용기: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 (인용_ 사람풍경, 김형경/ 아래 인용문들: 같은 책)

(1) 분노 : 대상 상실의 감정, 혹은 돌아오지 않는 사랑

"모든 분노는 사랑의 뒷면이어서 애착을 품은 대상을 잃었을 때나, 애착의 감정을 박탈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돌아오지 않은 사랑'이고 전문 용어로는 '대상 상실의 감정'이라 한다. 대상 상실의 분노는 특별히 의존적 사랑의 뒷면일 것이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5단계'를 소개합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에 따르면 상실에 따르는 다섯가지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그 단계는 분노-부정-타협-우울-수용 이지요. 이는 연인과 헤어진 경험을 떠올리면 쉬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날 버릴 수 있어!'라며 분노하고, 떠났다는 것을 부정하다가, 현실과 타협하고 우울을 거쳐 수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상실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감정이 바로 분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은 어쩌면 상실의 감정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분노의 또 한 가지 속성에는 '자기애적 분노'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태생적으로 나르시스트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마다 자신이 소중하고 특별하고 선하고 정당한 사람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기 이미지가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분노를 자기애적 분노라고 한다. 타인이 자신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화가 나고, 타인이 자신의 성취에 대해 비판하면 분노하고, 타인의 사소한 지적에 대해서도 저항감을 느끼는 것이 자기애적 분노다."

+이는 세네카의 견해를 또한 생각나게 합니다.
"그리고 세네카에 따르면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들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의 존재 유형에 대해 품고 있는 위험천만한 낙천적인 견해들이다."_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수 많은 분노를 겪습니다. 그 중 많은 부분이 "나는 이렇게 취급받을 수 없는 사람인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라는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본다면, 상대방이 꼭 나를 그렇게 여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때문에 나에대한 큰 고려없이 한 행동일 가능성이 크지요. 또한 우리는 언제나 자기애에 위협을 당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우리가 자기를 사랑하듯 다른 사람들도 또한 그럴테니까요.

"신경증적 분노는 당사자의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분노가 외부의 사소한 일에 자극받아 터져나오는 형태의 감정이다. 무의식에 억압된 분노는 아기 때 형성된 것이며 특히 욕구를 좌절시키는 엄마를 향해 품는 감정이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적이며 인간의 욕구는 정확하게 해소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정적인 자원으로 인해 또한 그러합니다. 꼭 엄마를 향한 것이 아니어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많은 욕구의 좌절을 겪습니다. 문제는 가끔 그러한 이전의 좌절이 애꿎은 누군가를 향해 분출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한 저자는 우리에게 화를 '잘' 내는 법을 일러줍니다.
" '화를 잘 낸다'함은 분노를 느낄 때 그 감정의 근원을 빨리 알아차리고, 화가 났다는 사실을 적대감 없이 상대에게 표현하고, 그런 다음 그 감정을 넘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뜩이다. 분노는 누구의 탓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나의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은 그것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중독의 치료도 같은 단계로 시작을 하죠. 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으로 인해 내가 화가 났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말한대로 인정하고 보듬어주는 단계로 나아간다면, 조금 더 나아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우울 : 정신의 착오, 혹은 마음의 요술 부리기



"우울함을 느낄 때 당신의 사고는 부정성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그런 때는 자신뿐 아니라 세계 전체를 어둡고 침울한 용어로 지각한다. 당신의 정서에 혼란을 일으키는 부정적 사고에는 거의 언제나 커다란 왜곡이 포함되어 있다. 드 비합리적이고 뒤틀린 생각이 당신 고통의 중요한 원인이다"
+데이비드 번즈의 <우울한 현대인에게 주는 번즈 박사의 충고>는 인지 요법에 대해 소개한다.
인지적 왜곡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태도, 하나의 부정적 사건을 총체적인 패배로 인식하는 태도, 긍정성보다는 부정성에 치우치는 태도, 독심술가나 점쟁이처럼 마음대로 결론짓는 태도, 어떤 일을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인식하는 태도 등등."

 내가 우울할 때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우울해질 때 내 사고가 어느방향으로 흐르는 지 잘 생각해봅시다. 힘들고 아픈 경험 때문에 앞으로 만나는 사람도 다 그럴 것이라는 비관, 어떤 사건을 '슬프다'와 '상처받았다'와 같은 표현으로 점철하며 자꾸 그 생각에 몰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 그러한 슬픔에의 몰입은 그에 따른 보상/유인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한 슬픔과 방어적인 태도에 빠져듦으로서 기대로 인한 좌절을 겪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또한 그러한 인간관계에서 온 우울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또 다시 상처받을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려는 것과도 관련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우울에 빠져 있는 것은, 세상의 어떤 아름다움도 빛을 잃게 하는 힘입니다. 그러한 힘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과 깨어남을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3) 투사 : 내면의 부정적인 면을 타인에게 옮겨놓기

 "투사 이론의 핵심을 가장 극명하게 요약한 게슈탈트의 말이 있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든지, 어떤 말을 하든지 그것은 모두 나의 내면에 있는 요소들이 거울처럼 되비치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면에 억압된 부정적 측면이 많은 사람은 더 자주 타인의 부정적인 면을 보게 되고, 그만큼 더 자주 타인에게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
"투사 이론을 이해하고 나자 인간 세상의 대부분의 문화에서 이미 투사 현상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교의 화엄경에는 일체 유심조()라는 계명이 있다. 이 세상의 만물의 형상부터 사소한 감정의 일어남까지, 모든 것이 마음의 조화라는 뜻이다."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네 속에는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어떤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볼 때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 네가 싫어하는 것이 실은 네 자신의 일부이다. 늘 이것을 명심하거라."
_베어 하트,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가끔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사실 저와 닮은 부분이 있는 경우 말이지요. 어쩌면 그 사람에게서 싫어하는 부분을 포착해낸 것 자체가 내 일부이기때문에 그를 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심리검사에서 투사란 애매한 외부 대상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외부 자극은 많은 경우 그 자체로는 어쩌면 중립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매한 자극이고 이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필요로 하지요.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할 때, 과연 그 사람의 탓인지, 나의 해석 때문은 아닌지 그 사람을 미워하여 상처주기 전에 분명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4) 자기 존중: 행복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느낌
"그는 아마도 타인들의 욕구에 응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을 것이고, 그래서 자주 사람들에게 치인다는 느낌을 받으며 인간관계를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타인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며, 그토록 주변에 사람이 많고 그들과 상호 헌신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내면이 텅 빈 것 같은지 몰랐을 것이다. 그 모든 관계가 자신의 욕망, 자신의 만족감이 아니어서 그렇다는 것도 알지 못했 을 것이다. "
"대중 스타들의 매혹의 본질이 숨어 있는 무의식에는 틀림없이 검고 위험한 구멍이 함께 존재한다. 엄마를 잃은 아기가 느꼈을 박탈감, 표출하지 못한 분노,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비하감 같은 것이 화석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의식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팬, 친구, 연인의 사랑을 받아도 충족될 수 없다."

 기형도 시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의 마지막 문장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애정을 바라고,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을 스스로를 위해 돌릴 수 있다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능력'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내야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사니엘 브랜든은 자기 존중감이 천부적으로 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습득해서 터득해야 하는 삶의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며,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고독을 참아내며, 성실성과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한다.
자기 존중감은 또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이다.

 우리는 오늘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내 안에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사는 풍경'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끝없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들과 마주합니다. 잠시 멈춰서서 이러한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문학 > 행복에 관한 질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유냐 존재냐  (0) 2014.06.29
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  (0) 2014.06.28
배움을 통한 행복  (0) 2014.06.17
악의 원인  (0) 2014.06.12
우울의 의미  (0) 2014.06.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