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한 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라고 하죠. 자세한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저는 '자신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큼 자기를 알고싶어하고, 아껴주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조차 결국은 저에게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타인을 사랑함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사랑하는 데도 우리는 서투릅니다.
한 때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표현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지금도 많이 쓰나요?) 자신이 사고 싶었던 것을 마치 보상처럼 산 뒤 그를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지요. 또한 웰빙열풍을 타고 건강을 위해 고가의 소비를 하는 것도 이전처럼 꺼리지 않습니다. 보양식, 의료 서비스 등 '자신身'을 위한 상품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물질적 선물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도 선물과 위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의 마음의 건강을 위해 힘쓰고 있나요?
마음의 안정이나 평화는 어쩌면 돈으로 사는 것보다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를 지배하게 되지요. 이런 감정들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우리는 스스로 공부하고,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의 공부는 외부의 지식으로 부터가 아니라 스스로의 깊은 생각으로 얻게 된다고 합니다.
*슬픈 감정, 미움
누군가 당신의 집 앞으로 상처 입은
곰 한 마리를 데려왔다.
당신은 놀라긴 했지만 곰을 안으로 들어오게 해
가슴에 난 그믐달 모양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
지치고 혼란스런 곰은 침대에 쓰러져 누울 것이다
큰 곰 별자리에서 떨어진 검은 별똥별처럼
겨울잠에 아주 갇힌 영혼처럼
당신은 죽을 끓이고 강에서 연어를 잡아 올 것이다
이제 곰은 당신의 분신과 같아졌으므로
곰이 곧 당신 자신이므로
곰은 거리낌 없이 밤마다 당신의 이불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그러나 상처가 아물면 곰을 내보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곰이 그 넓은 배로 침대를 독차지하고
회색 그림자로 집 안을 지배할 테니까
당신의 친절에 익숙해진 곰은 언제까지나
나가기를 거부할 것이다
발톱으로 감정을 할퀴려 들지도 모른다
곰의 팔을 잡고 밖으로 밀어내야만 한다
문을 잠그고 단단히 빗장을 걸어야 한다
작별의 눈물을 흘리면서라도
그러지 않으면 이 회전하는 행성에서 당신은
곰과 함께 평생을 한집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어느 날 당신의 집 앞에 가슴을 깊게 베인
곰 한 마리가 찾아올 것이다
큰곰별자리에서 떨어진
슬픔이라는 이름의 덩치 큰 회색곰이 -곰의 방문, 류시화
세상에는 슬프고 힘든 일이 많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약한 생물체임을 안다면 어떤 불행이 우리를 덮쳐오는 것은 너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들고 견디기 힘든 것은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리고 슬픔은 필요하고,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슬픔이 우리를 점령하고 놓아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슬픔을 놓아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픔과 슬픔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나에게 해가 되니까요. 어쩌면 슬픔이라는 감정 또한 내가 겪는 상황과 책임으로부터 회피하는 좋은 방어기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슬프고 힘들게 하는 사건들도 있지만, 이 사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중요합니다. (슬퍼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마음껏 슬퍼한 뒤에는 다시 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범인 중에는 미움의 감정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혜민스님의 말씀들을 인용해보겠습니다.
"
그가 예뻐서가 절대로 아니고
그가 용서를 받을 만해서가 아니고
'그도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에서가 아니고
내가 살려면 그래야 하니까
그를 잊고 내 삶을 살아야 하니까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를 용서하세요.
절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자꾸 억울한 마음이 들겠지만
지금도 울컥 울컥 올라오겠지만
나만을 생각해보세요.
이게 나에게 좋은지.
그리고 결정하세요.
가슴은 내 머리의 결정을 듣지 않아도
일단 결정을 내리세요.
용서하고 잊겠다고.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웃음으로 승화시키기
하지만 미워하는 마음 말고도 우리 마음의 평화를 괴롭히는 일들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약속 시간에 늦었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버스, 꽉 찬 지하철, 우산이 없는데 쏟아지는 비가 있죠. 그럴 때는 이런 방법을 써보세요.
"몸이 구겨져 지하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앞뒤, 옆, 사람이 꽉 찼네요.
이 순간 우리 마음은 짜증을 부릴 수도 있고
헤헤, 손잡이 잡지 않아도 된다고 재미있어할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은 이처럼 반응들이 달라요.
왜냐하면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알고 보면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
시트콤을 좋아하나요? 시트콤 속 에피소드들의 줄거리를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사실 이는 밖에서 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주인공에게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가득합니다. 농담이나 시트콤에 많이 나오는 에피소드는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어서 못나온다거나, 세차를 했는데 비가 온다거나 하는, 사실은 비극적인 사건들이지요.
하지만 이를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그저 재밌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오늘 내가 겪은 비극적인 사건을 우스운 사건으로 여겨보는 겁니다. 마치 시트콤의 한 에피소드를 찍듯이요.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한 번 지어보이고 나면 왠만한 경우에는 실없이 웃음이 나오지요. 그러다보면 그 짜증나는 상황은 어느새 지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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