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펜싱 카테고리의 두 번째 글입니다. 어떤 글을 쓸까 하다가, 오늘은 펜싱 종목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런던 올림픽의 펜싱 열풍, 아직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당시 많은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한 걸로 기억합니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정말 기쁜데, 펜싱은 어떻게 보는 건지 모르겠다. 불은 이쪽에 들어오는데 왜 저쪽 점수가 올라가느냐. 등등. 오늘 제가 속 시원하게 종목별 차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펜싱을 처음 배우려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제가 가장 즐겁게 봤던 최병철 선수입니다.)
펜싱 종목은 총 세 가지입니다. 에페(epee), 플러레(fleuret), 사브르(sabre)로 나눠지지요. 그럼 먼저 에페부터 알아볼까요?
1. 에페 - 가장 대표적인 펜싱 종목
공격 범위 : 에페의 공격 범위는 전신입니다. 즉,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디를 공격해도 점수가 올라갑니다. 공격 범위가 전신이기 때문에, 에페의 경우 공격 범위를 한정시켜 주는 '메탈 자켓'을 따로 입지 않습니다.
공격 방법 : 에페의 공격 방법은 찌르기예요. 즉, 칼 끝으로 찔러야만 공격으로 인정됩니다. 칼날로 상대방을 터치해도 공격으로 인정되지 않아요.
공격권 : 에페에는 공격권이 없어요. 공격권이 뭐냐고요? 바로 이 공격권이 세 종목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요. 그럼 공격권에 대해 알아보고 갈까요?
공격권은 먼저 공격한 선수가 가지게 되는 권리입니다. 즉, 이 공격권이 있는 선수와 공격권이 없는 선수가 동시에 찌른다면 공격권이 있는 선수의 점수만 올라가게 됩니다. 따라서 공격권이 없는 선수는 상대방의 공격권을 뺐은 후에 공격을 시작해야 해요. 공격권을 뺐는 방법은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거나(빠라드), 상대의 칼을 치는 것(바뜨망) 등이 있습니다.
에페는 공격권이 없다고 말씀드렸죠? 따라서 두 선수가 동시에 서로를 찌르게되면 양 선수 모두의 점수가 올라가게 된답니다. 또, 공격권이 없기 때문에 더 신중한 양상을 띄게 되고요.
(메탈 자켓을 입지 않기 때문에 에페 선수들은 이렇게 하얀 도복만을 입고 경기한답니다.)
2. 플러레 - 공격권이 있는 펜싱 종목
펜싱은 원래 실전 무술이었습니다. 실전에서는 공격권이 없지요. 그렇다면 이 공격권은 왜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펜싱의 기본은 에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에페 종목을 연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펜싱을 처음하는 사람들이 에페를 하게 된다면 어떤 행동을 보일까요? 공격권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격을 막지 않고 동시에 찌르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이러는 사람은 없겠지요? 상대방이 공격해 오면 일단 그걸 막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탄생한 개념이 '공격권'입니다. 즉, 플러레는 에페를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종목이예요. 그럼 플러레를 정리해볼까요?
공격 범위 : 플러레의 공격 범위는 머리와 팔을 제외한 상반신이예요. 플러레 선수들을 보면 하얀 도복 위에 메탈 자켓(조끼)을 하나 더 입고 있는데요. 바로 그 부분이 공격 범위랍니다.
공격 방법 : 에페와 마찬가지로 플러레 역시 찌르기 공격만이 허용됩니다.
공격권 : 플러레는 공격권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러레에서는 이 공격권을 이용한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됩니다. 펜싱을 '몸으로 하는 체스'라고 하지요?
참고로, 플러레의 어원은 '꽃'이랍니다. 옛날에 펜싱을 연습할 때, 다치지 않도록 칼 끝에 푹신푹신한 꽃 모양을 달아놓은데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국제펜싱연맹에서 제공한 종목 설명 그림이예요. 한 눈에 각 종목의 공격 범위를 알 수 있어요.)
3. 사브르 - 가장 공격적인 펜싱 종목
마지막 종목은 사브르예요. 흔히 사브르는 단거리 육상에 비유된답니다. 너무 과격(?)하기 때문에 99년 세계펜싱 선수권 대회 이전에는 여자 종목이 없던 종목이기도 해요. 사브르는 우랄 지방 출신 기병들이 사용하던 무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럼 사브르 종목을 정리해볼까요?
공격 범위 : 사브르의 공격 범위는 상체예요. 플러레와 달리 머리와 팔도 포함된답니다. 단, 플러레와 다르게 아랫배는 공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요.
공격 방법: 사브르는 다른 두 종목과 달리 베기가 인정된답니다. 즉, 찔러도 점수가 올라가고 칼날로 베도 점수가 올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합에서 한층 더 격렬한 모습들이 많이 연출돼요.
공격권 : 사브르에는 공격권이 있답니다. 그런데 베기가 인정되면 공격 방법이 더 다양해지고 공격이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브르 선수들은 상대방보다 빨리 공격권을 얻고 공격하기 위해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앞으로 튀어나가요. 그래서 사브르 경기는 굉장히 빠르게 게임이 진행된답니다.
아마추어 펜싱에는 사브르 선수가 거의 없어요. 대부분의 대회에서도 사브르 종목은 개최하지 않고요. 아마 플러레와 에페랑은 조금 궤를 달리하는 종목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상으로 세 가지 펜싱 종목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이제 펜싱을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요?
펜싱을 처음 배우는 경우, 아마 대부분의 곳에서 플러레로 처음 시작을 할 거예요. 플러레를 하면서 공격권을 비롯한 펜싱의 기본 체계에 대해 배우고 난 뒤, 각자의 적성에 맞게 종목을 선택하게 돼요. 아마추어에는 플러레 선수가 가장 많은데, 처음 배우는 종목이기도 하지만 아마 처음 구입하는 장비가 플러레 장비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복은 세 종목 모두 공통이지만, 메탈 자켓이나 마스크, 장갑, 칼 등은 서로 다른 장비를 사용하거든요. 다음에는 이 장비들에 대해서도 적어보려고 해요.
펜싱을 즐기려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것으로 포스팅을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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