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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A Space Odyssey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29.



최근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강세가 돋보입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죠. 그라비티프로메테우스역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 주셨더라고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빼놓을 수 없죠! 물론 이 작품의 경우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뭐 어찌되었든 광활한 우주는 언제나 사람들을 매혹시키나 봅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위에서 말한 영화들의 조상님 격인 작품입니다바로 ‘2001 A Space Odyssey,’ 인데요. 1968년 제작된 이 작품은 아서 C. 클라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꽤 오래 전의 작품이지만 다른 영화에서 많이 오마주되었고, 패러디도 많이 되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몇몇 장면들은 친숙하실 거에요.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면 역시 유인원이 던진 뼈다귀에서 길다란 우주선으로 화면 교차가 이루어지는 장면일 겁니다. 이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편집으로 회자되고 있다고 해요.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전환 연출로, 인류 최초의 폭력을 위한 도구인 뼈가 허공에 던져진 후 지구 궤도에 떠있는 궤도 핵폭격 플랫폼(FOBS)의 모습으로 갑작스레 넘어가는 상징적인 매치 컷(match cut)으로 수 만년의 인류 진화를 강렬하게 함축함과 동시에 인류에 내재된 폭력성까지 폭로하는 명장면이라고 하네요.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는 영화 속에서 인류가 만난 모노리스(검은 석판으로 등장)의 개수와도 일치하죠. 첫 번째는 인류의 시작 무렵으로 원숭이의 형태였던 인류는 어느 날 나타난 모노리스로 인해 도구(뼈)를 사용하게 됩니다. 도구를 잡은 인간은 돼지 한 마리를 때려잡아 배를 채우고, 물웅덩이를 두고 싸우던 다른 원시인 무리의 우두머리를 때려죽인뒤 그 뼈다귀를 집어 던지죠. 이 뼈가 우주선으로 바뀌면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흘러나옵니다.

두 번째 부분은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가 특이한 자기장을 지닌 물체(모노리스)을 조사하러 달의 뒷면으로 가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 부분에서 등장하는 우주선과 승무원들의 모습, 승객들의 음식, 우주정거장의 형태는 지금 수준으로 보아도 손색없을만큼 훌륭한 고증을 자랑합니다. 영화 제작 당시에 각 계열 최고의 회사들이 실제 우주에서 사용하는걸 가정하고 모든 소품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특히 승무원들이 걸을 때 밑창에 벨크로를 댄 신발로 한 발 한 발 바닥에 완전히 접촉시킨 후 반대쪽 발을 떼는,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를 쓰는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우주 공간에서는 중력과 그에 대항하는 수직항력이 없으므로 지상과 똑같은 방법으로 걷는 것이 불가능하며, 영화에서처럼 바닥과 흡착되는 신발로 움직이는 것이 정석이거든요. 원통형 복도에서 180도 벽을 타고 돌아서 거꾸로 선 채로 다른 방에 들어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CG도 없던 시절에 촬영된 것임에도 우주의 모습이나 무중력 상태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 등을 꽤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죠.


마지막 부분은 플로이드 박사가 검은 석판을 발견한 지 2년이 지난 뒤를 다룹니다. 사실상 이 부분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선장인 데이비드 보먼과 프랭크 풀, 그리고 동면한 과학자 3명과, HAL9000 컴퓨터가 탑승한 디스커버리 호가 목성(소설에서는 토성)을 조사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여기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몇 가지 등장합니다.

먼저 목성으로 날아가는 디스커버리 호와 지구가 교신할 때, 송수신간에 7분간의 공백이 있음을 언급합니다. 이는 전파가 닿는 데에도 7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거리 때문이에요. 또한 우주 공간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보통 SF 영화는 관객들이 스피커에서 ‘굉음’이 터지길 기대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일부러 폭발음이나 굉음을 넣어줍니다. 당장 스타워즈만 보더라도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전투 장면에서 폭발음이 가득 들립니다. 하지만 큐브릭 감독은 리얼리티를 추구했기 때문에 관객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음향을 완전히 ‘소거’해버렸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과학적으로 가장 정확한’ SF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죠.



또한 사소한 내용이긴 하지만, 데이브가 우주 공간에 잠깐 노출되는 것을 감수하고 디스커버리 호로 강제진입하는데 성공하는 장면이 있는데요.(위에서 말한 굉음이 터지길 기대하는 장면이 바로 이 장면입니다.) 통념과는 달리 우주공간에 노출되어도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은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달에 가기도 전이었던 60년대에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우주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NASA의 보고서를 뒤져가면서 과학 기술을 충실하게 표현한 노력의 결과라고 해요. 한편으로는 큐브릭 감독 특유의 느릿한 연출이 적막한 우주 공간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우주선 장면에서는 미니어쳐와 실사를 합성했는데, 화면의 모든 곳이 선명하면서도 강한 콘트라스트를 가진 우주 공간의 사진을 재현하기 위해서 프레임 하나하나를 장시간 노출로 오랜 시간동안 찍었다고 해요. 또 우주 공간에서 등속도로 진행하는 우주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어박스에 모델을 매단 뒤 눈꼽만큼씩 전진시켜가며 한 프레임씩 찍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완벽에 가까운 영상미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해요.

또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적인 악역을 창조해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로봇이 등장하는 모든 영화의 리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주시는 분이죠. 바로 ‘HAL9000’입니다.

보통 '할'이라고 지칭하는 이 인공지능 컴퓨터는 미국 영화 협회에서 선정한 100대 영웅 그리고 악역에 14위로 등재되어 있다고 해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대사가 많은 것은 할이며, 영화에서 시종일관 중심에 서있는 것도 할입니다. 거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컴퓨터죠. 할은 수많은 기계적 오류를 일으킨 인공지능들의 시초 격이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보통 컴퓨터나 기계류를 It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HAL은 이례적으로 'He'라고 표현한다고 해요.


웅장한 클래식 음악 또한 이 영화의 연출을 극대화시키는 데에 한 몫을 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우주 시대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역할로 사용되었습니다. 우주를 헤엄치는 느낌을 잘 전해주죠. 이 곡보다 더 유명한 곡은 바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며 나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원래 이 곡은 조로아스터교나 프리드리히 니체와 관련되어 이야기되곤 했었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후 단번에 '우주음악' 이나 'SF음악' 으로 이미지가 바뀌어 버렸다고 해요.

또한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오페라처럼 intermission이 있어요이건 영화보다는 오페라 관람에 더 익숙해져 있던 당시 관객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해요지금의 영화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사실 2시간 30분짜리고 굉장히 느린 흐름에 대사도 별로 없는 영화라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SF소설은 물론,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며 해당 장르를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영화이므로 시간이 되시면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구성과 논리적인 디자인들을 감상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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