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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수상한 그녀의 실패한 고부갈등

by KUWRITER 2014. 1. 31.

'수상한 그녀'는 우리에게 익숙한 양식의 영화입니다. 가족 코미디와 음악의 결합이지요. 이 영화 전에는 '써니'가 있었고, 또 그 전에는 차태현과 박보영 주연의 '과속 스캔들'이 있었습니다. 더 거슬러가면 '미녀는 괴로워'가 있겠네요. 이 영화들은 영화에 음악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감동을 끌어냈습니다. '수상한 그녀'는 같은 모양새를 선택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흥행성을 안고 있는 영화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양식을 영화가 성공적으로 풀어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선 오두리(심은경)는 그렇게 감동적인 보컬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극중 한승우(이진욱)는 반지하 밴드의 곡이 오두리를 흉내만 낸 곡이라고 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대부분의 곡들이 그렇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 또한 오두리의 촌스러움이라거나 순진무구함을 흉내낸 곡이예요. 처음 오두리가 노인 카페에서 부른 김정호의 <하얀나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썩 어울리는 곡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어떤가요. '수상한 그녀'를 여는 갈등은 고부갈등입니다. 반현철(성동일)의 아내인 애자(황정민)는 시어머니 오말순(나문희)과의 갈등에 자살을 시도합니다. 몸이 회복된 후에도 그녀가 가장 먼저 병실에서 시어머니를 나가라고 합니다. 자살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만큼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절망적인 상태입니다.

그럼 영화는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나요. 영화는 엉뚱한 곳에서 출입구를 찾습니다. 오말순의 과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모정을 얘기하며 끝을 맺지요. 며느리와의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시어머니가 가출한 사이 며느리는 혼자서 시어머니를 이해하고, 돌아온 시어머니와 살가운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시어머니는 전혀 며느리를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어머니의 모정을 끌어오고, 며느리에게 이해를 강요할 뿐입니다. 너무 안일한 것 아닐까요.





영화의 안일한 대처가 잘 봉합되고 끝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건 심은경 덕분입니다. 심은경은 갑자기 젊어진 할머니를 과도하게 표현하지 않고 젊음과 늙음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나갑니다. 대사 뿐만 아니라 보이는 몸짓에서도 그녀가 이 역할을 어느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지 보입니다.

주연으로 적혀있는 이진욱의 연기는 과도합니다. 그렇지 않은 케릭터임에도 느끼함이 지나치지요. 오히려 까메오 느낌의 김현숙이나 김슬기의 연기가 자연스럽습니다. 이진욱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은경과의 관계는 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곁다리예요. 수연(하연주)과의 관계도 나오다 말았고요. 초기 기획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정호의 하얀 나비 원곡 라이브입니다.)


여러 안 좋은 부분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번 명절을 기점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둘 것 같습니다.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것을 성공적으로 전달한 영화예요. 거기에 네티즌 평점과 전문가 평점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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