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영화는 공포영화입니다!
글에는 잔인한 장면을 최대한 생략했습니다만 이 영화, 정말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0.
공포영화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사실 전 공포영화를 못 봅니다. 영화관에 가서든, TV에서든 공포영화 비스무리한 장르나 전쟁영화도 무서워서(…) 관람을 못합니다. 글로 무섭고 잔인한 건 괜찮은데 이상하게 ‘영상’으로는 도저히 못보겠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이 영화는 이렇게 리뷰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 하죠? 사실 제가 이 영화를 일부로 찾아서 보게 된 계기는 영화의 설정, 그리고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들에 반해서였어요. 지금도 유튜브 영상을 돌려보기도 해요.(하지만 무서운 장면은 안보고 넘기거나 룸메이트를 부릅니다.ㅠㅠ) 이 글에서는 이 두가지 부분에 관해서만 조금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공포영화의 핵심인 공포 부분을 뺀 리뷰가 왠말이냐! 싶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공포를 빼고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스포일러는 최대한 넣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침 공포영화의 계절인 여름도 찾아왔고 하니, 글을 읽어보시고 한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1.
인간의 뇌에 접속해 그 안을 들여다본다는 설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인셉션’은 꿈의 세계를 탐구했고, ‘소스코드’는 타인의 뇌에 접속해 그를 조종한다는 설정을 보여주었죠. 이번에 소개하는 ‘더 셀’은 앞의 두 영화보다 훨씬 먼저 이러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피실험자의 무의식에 들어가는 실험을 통해 피실험자의 의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앞의 두 영화가 적어도 눈으로 보여줄 수 있을 설정(인셉션은 시각적 이미지의 ‘꿈’을, 그리고 소스코드는 타인의 두뇌에 접속해 그를 조종)을 을 다루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무의식’이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상으로 만들기 참 애매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솔직히 걱정을 좀 했습니다. 아무도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그저 ‘상상’만으로 이루어진 무의식의 세계를 어떻게 영화에서 “시각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었지요.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식’]을 어떻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 모두가 납득 할 수 있게 영상화 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기계의 묘사 부분은 솔직히 실망스러웠지만, 무의식 세계를 묘사하는 장면들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카메라 워킹, 속도, 중력의 전이 등 다양한 시각적 자극들로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의상들! 의상이 참 화려하고 멋있습니다.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의상을 통해서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 경우 미학적인 부분이나 미술 관련 지식이 별로 없어서 눈치를 못챘었는데, 각 의상들과 소품들 대부분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을 찾아보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처음 살인마의 무의식에 접속했을 때 얼굴에 조그마한 손수건이 씌워져 있는데, 그게 기독교에서 나오는 성녀 베로니카 이야기를 차용한 것이라던지 하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2.
더 셀을 만든 영화 감독 타셈 싱은 남다른 예술 감각과 영상미로 유명합니다. 그는 기묘한 디자인의 옷과 장신구, 원색적인 색깔들, 신비한 느낌의 세트 등으로 상식의 틀을 깨는 상상 속을 완벽하게 묘사합니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신비한 이미지, 그리고 화려한 의상이 어우러져 정말 무서운 장면에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죠. 또 피실험자의 무의식으로 접속하는 장면에서는 기하학적 무늬의 직물, 전선, 실타래, 그리고 약간은 유치해보이는 3D 이미지들을 이용해 피실험자와 실험자가 ‘연결’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살인마의 무의식 속에서는 그의 기괴하고 잔혹한 무의식의 세계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미술작품들을 오마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아래에 가져왔어요.
체코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얀 사유덱의 <창> 연작 시리즈
노르웨이 화가 오드 너드럼의 <dawn>
영국의 예술가 데미언 허스트의 <모든 것에 대한 타고난 거짓말들을 인정하는 데서 얻는 어떤 위로>
3.
미술쪽이나 영상, 의상 관련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을 굳이 넣었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조금만 덜 잔인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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