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반야심경의 현대어 번역이라는 글이었는데 이 사진입니다~
짧게 하자면 모든 것이 결국은 우리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말인데요. 이러한 가르침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작가가 있습니다. 류시화 시인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딱히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감명깊게 읽은 시들의 저자가 류시화이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그의 저작 중에서 책을 한 권 소개해볼까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나왔지만 <지구별 여행자>입니다. 영혼의 나라라는 인도를 여행한 여행기인데요, 단순히 인도 여행에만 한정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해 말하는 책입니다. 그 중에 몇 가지 인상깊은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볼까합니다.
*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화가나고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불평불만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요. 하지만 그런 불만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가 종업원과 이마를 맞대고 노려보고 있을 때, 카운터에 앉아있던 올드 시타람 씨가 내게 물었다.
"당신은 행복의 비밀이 무엇인지 아시오?"
내가 말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고 있자, 그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했다.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는 일이오."
그는 지금 내게, 아끼는 티셔츠를 잃긴 했지만 내 자신이 이미 행복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중간 생략)
그렇게 실랑이를 하며 며칠을 올드 시타람 여인숙에 머무는 동안 나는 본의 아니게 주인 남자로부터 자주 설법을 들어야만 했다. 하루는 내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주방의 더러운 위생 상태에 대해 불평을 터뜨리자, 그가 말했다.
"난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 여인숙을 운영해 왔지만, 늘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소. 한쪽은 언제나 불평을 해대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쪽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늘 즐겁게 지내는 사람들이오. 당신이 어떤 부류에 속하고 싶은가는 당신 스스로 선택할 일이오"
-<지구별 여행자>, 내 영혼의 여인숙 중
우리에게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비록 조금 어렵더라도요.
그리고 다음 일화는 가장 아름다운 일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말라리아인지 홈씩인지 모를' 병에 걸려 앓아누워있는 그를 여인숙 주인의 아내 소마가 걱정해줍니다. 그녀는 열일곱살의 나이에 나이가 열다섯살이나 많은 여인숙 주인에게 시집을 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살고 있지요. 하지만 그녀는 앓고 있는 여행자를 걱정해주고, 반딧불이를 담아옵니다.
내가 놀라서 바라보는 사이에, 소마는 그 반딧불이들을 모기장 안에 풀어놓았다. 반딧불이들은 모기장 곳곳에 달라붙어 하나둘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열일곱 살 소마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도,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내 눈동자 속에서도 아름답게 반딧불이들이 반짝였다.
미소를 지으며 소마가 또다시 외쳤다.
"주그누! 순다르 주그누!(반딧불이! 아름다운 반딧불이!)
(중간생략)
그날 밤, 나는 모기장에 매달려 명멸하는 반딧불이들의 숫자를 세며 잠이 들었다. 신비한 눈을 가진 인도 여인 소마가 잡아다 준 데칸 고원의 반딧불이들은 여행과 고독에 지친 영혼을 위로하듯 그렇게 언제까지나 반짝여 주었다. 그리하여 내게는 고독과 두려움 대신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만이 남게 되었다.
아니, 그것은 잠들면서 나 스스로 한 약속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여행에서 아름다움으로 나를 찾아온 것들, 진실한 것들, 그리고 순수한 기쁨들, 그런 것들만 기억하자고.
그것은 내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자주 찾아오지 않는 행운의 계시였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의 순간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가진 것은 당장의 상황에 대한 감정뿐만 아니라, 또한 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이를 우리 삶 속에 실천하려는 노력을 계속해볼 수 있도록, 류시화의 책 지구별 여행자는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인문학 > Feed-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란 쿤데라 향수(1) - 감사하는 마음은 연약함의 다른 이름일까? (0) | 2020.04.04 |
---|---|
김영하 당신의 나무 -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0) | 2020.04.04 |
강신주의 감정수업 - 48가지 소설과 48가지 감정 (0) | 2020.04.04 |
무라카미 하루키 - 이 세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들은 도너츠의 구멍과 같다 (0) | 2020.04.04 |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0) | 2014.08.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