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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er, 니벨룽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 1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8.



  니벨룽의 반지는 흔히 북유럽 신화라고 지칭되는 게르만 계통 민족들의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게르만족의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 고대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의 사가(saga, 북유럽 쪽의 말로 서사시, 전설이나 무용담 등을 뜻하고, 아이슬란드어로는 역사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이슬란드의 고시가집 에다’, 그리고 13세기 에다와 비슷한 소재로 씌여진 아이슬랜드의 문학작품 뵐중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직접 모든 각본을 쓰고 작곡까지 한 작품이에요. 이 오페라는 바그너 필생의 역작으로 손꼽히며, 이 작품을 다 만드는 데는 1848년부터 1874년까지 약 2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 라인골트)", "발키리(Die Walküre)", "지크프리트(Siegfried)", "신들의 황혼(Götterdämmerung 괴터데머룽)"까지 모두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독립적이지만 이야기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곡가가 의도한 것처럼 4개 모두(전야제 성격인 라인의 황금을 제외하더라도 3)를 같이 보는 게 좋다고 해요. 하지만 전편을 다 관람하거 전곡을 다 들으려면 무려 16시간이나 걸립니다. 애초에 전 편을 하루에 공연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4일간에 걸쳐 매일 밤마다 한 부씩 공연하는 편이에요. 사실 공연을 하는 성악가들이나 연주자들의 체력 문제 때문에 4일 연속으로 하지는 못하고, 며칠 건너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보탄(북유럽 신화의 최고신인 오딘을 옛 독일어로 보탄이라 합니다.)은 라인의 황금에서 지크프리트까지 계속 나오는데 보탄 역의 성악가가 3일 연속으로 노래를 불렀다간 목이 상할 위험이 크겠죠?

바그너 오페라의 특징상, 앞서 소개한 오페라들과 달리 분리된 형식의 아리아가 없고 음악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이를 악극(Musikdrama)이라 부릅니다. 성악가들의 노래와 노래 사이를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묘사, 주제들을 묘사하는 멜로디로 채우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습니다.

사실 바그너 자신도 이 곡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해요. 사실 그가 처음에 원했던 것은 지크프리트의 죽음’(지금의 신들의 황혼)이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 발퀴레도 넣고, 라인의 황금도 넣다보니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1부 라인의 황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다른 세 작품이 4시간이 넘는 상연시간을 가지는 것에 비해 라인의 황금은 2시간 반 정도로, 다른 작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중간 휴식 시간이 없어요. , 한번 공연장에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라보엠이 1시간 반 정도의 공연에 3번의 휴식기간을 주고, 투란토트는 2시간 10분 공연에 2번의 휴식시간을 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라인의 황금이 얼마나 위험한(...) 공연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라인의 황금은 전 편의 서두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전체적인 극의 흐름과 배경을 제시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극은 넘실대는 라인강과 라인강 아래 숨겨져 있는 황금을 지키는 라인강의 세 처녀들과 함께 시작됩니다. 넘실대는 라인강과 라인 처녀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는 바그너 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숙제입니다. 연출자에 따라 여자 3명을 피아노 줄에 매달아서 돌린 경우도 있고, 대형 수조에 넣어 버린 적도 있고, 앞에 커텐을 쳐서 분위기만 살린 경우, 연무와 레이저 광선으로 물결을 만들어내는 등 온갖 방법들이 등장했죠.



라인강의 세 처녀가 지키고 있는 것은 마력을 가진 황금입니다. 세 처녀는 난쟁이 알베리히와 투닥거리던 중 이 황금으로 반지를 만들어 차지하는 자는 세계를 지배하는 신이 된다는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됩니다. 알베리히는 이 세 처녀들을 사랑하고 있었는데 처녀들은 그를 놀리기만 합니다. 결국 알베리히는 세 처녀에 대한 사랑을 부인하고 저주한 후, 황금을 빼앗아 달아납니다.



한편, 신들의 왕인 보탄(오딘)은 거인 형제 파졸트와 파프너를 고용해 용사들을 들일 발할라 성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교활한 로게(로키)의 술책으로 발할라 성을 짓는 대가로 그만 여신 프레이아를 내주기로 해 보탄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보탄의 아내인 프리카는 멋대로 자신의 동생 프레이아를 내주기로 한 보탄을 원망하고, 프레이아는 거인 형제들을 피해 보탄과 프리카에게 도망쳐옵니다. 프레이아를 쫓아 보탄 앞에까지 온 거인 형제들을 본 신들은 프레이아를 구하기 위해 거인 형제를 죽이려 합니다. 하지만 약속의 신이기도 한 보탄은 거인 형제를 죽이려는 신들을 말립니다.

이때 로게가 나타나서 오히려 뻔뻔스럽게 거인형제를 두둔합니다. 신들은 몹시 분노하죠. 하지만 로게는 알베리히가 라인의 황금을 빼앗아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주고, 이 이야기를 들은 거인 형제들은 보탄에게 해질녘까지 성의 대가로 프레이아나 알베리히가 훔쳐간 황금 중 하나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프레이아를 끌고 가버립니다. 프레이아가 사라지자 신들은 갑작스런 노화를 일으키는데, 이 때 로게는 신들이 늙지 않은 이유가 프레이아의 황금사과를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로게는 알베리히가 라인의 황금으로 만든 반지가 어차피 본래 알베리히의 것은 아니니 그것을 빼앗아 프레이아를 되찾아오자고 제안하고 보탄은 다른 수가 없기에 로게와 함께 알베리히가 있는 니벨하임으로 향합니다.

 

 니벨하임에서는 알베리히가 동생 미메로 하여금 타른헬름(Tarnhelm) 이라는 마법투구를 만들게 합니다. 이 마법투구를 쓰면 자신의 모습을 감춰 투명하게 만들 수 있고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든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미메는 타른헬름을 쓰고서 알베리히가 가진 보물, 특히 반지를 빼앗을 궁리를 하지만 미메는 타른헬름의 능력을 발현시킬 주문을 몰랐어요. 하지만 동생의 속셈을 눈치챈 알베리히는 타른헬름을 빼앗아 쓰고 주문을 외어 투명해진 뒤, 동생 미메를 마구 두들겨 패고 사라집니다. 이후 보탄과 로게가 미메 앞에 나타나 알베리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미메와 난쟁이들을 알베리히의 폭정에서 구해주겠노라고 약속합니다.

다시 나타난 알베리히는 보탄과 로게를 알아보고 자신의 반지와 타른헬름을 그들에게 자랑합니다. 보탄은 알베리히에게 타른헬름의 능력을 보여달라고 꼬드기고 거기에 넘어간 알베리히는 타른헬름의 능력으로 큰 뱀으로 변신합니다. 보탄은 놀란 척을 하며 그렇다면 아주 작은 것으로도 변신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요. 그러자 알베리히는 두꺼비로 변신하고 보탄은 로게와 함께 손쉽게 알베리히를 잡아서는 목숨의 대가로 그의 보물을 내놓을 것을 요구합니다.

알베리히는 살기 위해 자신의 보물들은 물론 타른헬름까지도 주려고 했지만 보탄이 반지까지 빼앗으려 하자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그러나 반지는 결국 보탄의 손에 넘어갔고 알베리히는 반지를 가진 자는 다른 사람의 시기질투를 받고 반지의 노예가 되어 결국 파멸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습니다. 그러나 보탄은 그 저주를 무시하고 보물들을 가지고 가버려요.

한편 거인 형제들은 프레이아를 가릴 만큼 보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프레이아를 내주지 않겠다고 말하고, 보탄은 타른헬름과 반지를 제외하고 알베리히에게서 빼앗아온 보물들을 쌓아올립니다. 그러나 프레이아의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거인 형제들의 말에 어쩔 수 없이 타른헬름을 그 위에 올립니다. 그러나 다시 파졸트가 프레이아의 눈동자가 보인다고 말하고 파프너는 반지로 눈동자를 가릴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보탄이 반지를 올리는 것을 거부하고, 거인 형제는 협상이 깨졌다며 프레이아를 데리고 가려 해요.

이때 운명의 여신 에르다가 나타나 보탄에게 거인 형제에게 반지를 넘겨주라 말합니다. 에르다는 보탄이 반지를 넘겨 반지의 저주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자신은 신들의 황혼을 보았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결국 보탄은 에르다의 충고대로 반지를 거인 형제에게 넘겨주고 프레이아를 간신히 되찾게 되요. 에르다의 예언대로 알베리히가 반지에 건 저주는 보탄을 피해 파졸트와 파프너 두 거인형제에게 내려지게 됩니다. 둘은 누가 보물을 가질 것인가를 놓고 다투다가 결국 파프너가 황금덩어리를 내리쳐서 파졸트가 죽게 됩니다. 보탄은 반지의 저주에 놀라고, 파프너는 반지와 보물들을 가지고 사라집니다.

이후 신들은 힘겹게 얻은 발할라 성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 들어갑니다. 이때 로게는 슬쩍 옆으로 빠져요. 라인강의 세 처녀들이 나타나 잃어버린 황금에 대해 슬퍼하지만 그게 시끄러웠던 보탄은 로게에게 세 처녀를 조용히 시키게 합니다. 하지만 세 처녀들은 보탄의 명령을 듣지 않고, 신들은 발할라 성으로 입성하면서 1"라인의 황금"이 막을 내리게 됩니다.


 P.S. 한국에서는  Der Ring des Nibelungen이 '니벨룽겐의 반지'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더라고요. 하지만 독일어에서 -en은 중성 명사 소유격 어미로, 굳이 바교하자면 한국어의 소유격 조사 '~의'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따라서 '니벨룽겐'이 아닌 '니벨룽'이라고 쓰는 것이 올바른 번역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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