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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Feed-book!

영현대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27.


잭 니콜슨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그려진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명대사, 기억하시나요?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혼자 집에서 이영화를 보면서 살면서 꼭 한번쯤 듣고싶은말이다 생각했었는데, 이런 생각을 했던 분이 유달(영화속 잭니콜슨의 극중 이름) 말고도 또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영현대에서 20대를 위해 발간한 에세이집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를 보게 되었는데요. 시험기간에 잠깐 머리좀 식힐겸 한편만 읽으려고 했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앉은자리에서 다 해치워버렸답니다. 역시 시험기간엔 시험공부빼고는 다 재밌고 흥미롭습니다. 후회는 안해요- 계획대로만 살면 인생의 내공이 안생기는 법이니까요 :)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 책제목만 들어서는 말랑말랑하고 간지러운 연애이야기가 있을것만 같지요. ㅎㅎ 20대들이 좋아하는 문화인물 16명(노희경, 신경숙, 안도현, 최재천 김홍희 등)의 이십대 시절이야기가 담겨있는, 가볍지만 흥미로운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잉여시절' 사랑했던 인물, 멘토, 롤모델 등에 관해 풀어냈죠. 

제가 제일 재밌게 읽은 부분은 PR전문가 여준영의 <거의 모든 여자가 나를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었다>입니다. 


ⓒjulia geiser



나는 평생 연애를 두 번 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스쳐 지나는 거의 모든 여자를 마음속으로 흠모 했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렇다. 그리고 누군가를 마음에 둘 때 마다 그에게 근사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근사하게 보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실제로 근사해 지는 것” 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노력 했더니 이제 진짜 어느 정도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내 첫 여자친구와 아내와 그리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수많은 모든 여자들이 힘을 모아 나를 근사하게 만든 것이다. 










여준영대표의 글은 가끔 너무 솔직해서 그의 마인드를 그다지 좋아하지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를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내숭떨줄 모르는 화끈한 언니와 수다떠는 느낌이랄까요ㅡ 

언젠가 그가 "20대에 하고싶은일"이라는 질문에 답변한 짧은 글을 본 적 있습니다. 꿈을 키우고 열정을 쏟고 뜨겁게 사랑하고 정의를 불태우라는 대답은 남이 할 것이고, 자신의 답변은 좀 불량하다고, 미쳤다고 욕해도 좋다고 호기롭게 운을 띄우는 그의 대답 중 몇가지를 추려보자면 이렇습니다.


1. 나이보다 늙게 살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살았어요)

이게 왜 좋은지는 그 반대의 삶(철딱서니 없는 젊은시절을 보낸후 보수꼴통으로 늙어가는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 생각해보면 이해갈겁니다. 나이먹으면 누구나 진지해지고 누구나 다 열심히 살게 됩니다.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뜻이지요. 모두들 철없이 사는 어린시절에 나만 노숙하고 나만 진지하고 나만 열심히하면 그걸 바로 부전승이라고 부릅니다. 남들 치열할때 여유 부릴수 있게 될겁니다. 늙어선 나이보다 젊게 살거에요.


2. 몸매를 가꿀 거에요.

돈 많아서 사랑받을 시기가 있고, 착해서 사랑받을 시기가 있고, 자상해서 사랑받을 시기가 있고, 품위있어서 사랑받을 시기가 있고, 공부 잘해서 사랑받을 시기가 있지요. 이십대엔.. 예쁜 외모로 사랑받는것도 축복인것 같아요. 절대로 유치한 것 아니예요.

양주는 내후년에 먹어도 되고 참치통조림은 내년에 먹어도 되고 라면은 다음달에 먹어도 되지만 우유는 오늘 먹어야 하지요. 

건강한 몸매는 우유같은 거에요. 얼굴은 내탓 아니니 손안대요. 몸은 내 탓입니다.


3. 저축은 안할 거에요.

제가 어렸을때 하고 싶은것 안하고 십만원씩 십년을 저축해 천만원 만들었어요. 미래를 대비한거지요. 그런데 정작 미래가 오니까 하루에도 천만원을 벌일이 생기더군요. 허무해요. 이럴수 있다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누군가 미리 내게 알려줬더라면 전 없는 와중 작은돈을 저축하느라 그 고생을 안했을거예요. 

만일 제가 지금 거지라면? 마찬가지예요. 그 천만원이 근본적으로 날 거지생활면하게 하진 못할겁니다. 내가 궁상떨며 경험을 너무 싸게 (그땐 큰돈같아 보였겠지만) 포기했구나 하고 후회 할 가능성이 높아요. 당신도 나중에 잘 될테니까 작은돈에 목숨걸지 말고 다 쓰면서 이것 저것 경험하세요. 

당신의 여섯살 짜리 조카가 미래를 대비한다고 꼭 사고 싶은 샤프펜슬을 사지 않고 2백원을 모으고 있다면 당신 눈에 어떻게 보이겠어요. 그냥 샤프를 사라고 하고 싶겠지요. 2백원으로 미래 준비 안되요. 제눈엔 당신이 모으는 한달 몇십만원도 미래 바꾸지 못할것 같아요. 낭비하란 얘긴 아니에요. 


ⓒMariano Peccinetti

제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패기넘치고 솔직하게 뱉어내는 말속에서 나는 잘될 것이라는 자기최면과 자신감이 들어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더불어 그에 상당하는 노력과 재능을 쏟아부어서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거겠죠. 여준영 대표는 대학 시절 직접 돈을 벌어 그 돈은 다 술 마시고 노는 데 다 썼었답니다. 가난했던 자신의 집안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었던 것이죠. (지금의 아내인) 여자친구가 이런 저런 불안을 내비칠 때마다 그가 대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말은 “조금만 기다려 봐” 였답니다. “기다려 봐”가 안 통할 땐 “내가 알아서 할게” 라는 말도 덧붙이구요.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고, 내가 “알아서” 하기로 하자 삶이 단순하고 치열해졌다. 대학 때 놀 거 다 논 탓에 사회 나와선 노는 것이 시들해 졌으니 한 때 막 산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회사가 주는 월급이 고마웠고 받은 만큼 충실 하자는 생각으로 성실히 회사를 다녔다. (...) 처음 아내를 만났던 그 미팅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삐삐(beeper)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삐삐가 없는 게 창피해서 “나도 있는데 집에 놓고 왔다” 고 거짓말을 하고 일주일 동안 돈을 모아 그들의 삐삐보다 더 좋은 삐삐를 장만해, 마치 원래 있던 것 처럼 들고 다음 만남에 나갔다. 가난을 숨기고 살던 그땐 늘 그런 식이었다. 없는데 없는게 창피해서 있는 것 처럼 말하고 실제로 그걸 갖도록 노력하는 과정을 반복 하는.. 그렇게 없던 삐삐를 만들어 낸 것 같은 짓을 스무 번 정도 하고 여자친구에게 했던 벅찬 약속을 스무 번쯤 지키고 나니 나도 모르는 새 지금의 내가 돼있었다.


ⓒVytautas Stalmačenka

많은 어른들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 원대한 비전을 가지라고 합니다. 꿈을 키우라고도 하고, 도전을 두려워 말라고도 합니다. 여준영 대표는 "부끄럽게도 나는 그런 얘기를 할 만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대신 여자애한테 잘 보이려고 애쓴 덕분에 짧은 시간에 없던 삐삐를 가질 수 있었고, 지금 그가 가진 삐삐보다 수만배 더 큰 무엇도 사실은 전부 그런 방식으로 갖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세상을 바꿀 목표를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때론 남을 위해 사는 것보다 자기가 떳떳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더 남을 위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큰 꿈이나 엄청난 재능이 없더라도 그냥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좀더 번듯하게 데이트 하기 위해, 갖고 싶은 기타를 사기 위해, 타고 싶은 오토바이를 장만하기 위해, 꿀리지 않으려고 뱉은 말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작은 노력들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모든 게 다 잘 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양은 좀 빠지지더라도 우리 중 몇은 그처럼 미시적이고 형이하학적인 방식으로 성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젊은 날의 나처럼 많은 청춘들이 섣부르게 자신을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부하건대 무엇이든 해보고 나서 그 후에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는 게 인생임을 알지만 또 뜻대로 안된다고 해서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란 것을 이제는 알게 됐다.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 中 노희경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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