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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Sports Korea

베스트 플레이어 서평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13.

누구든지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저는 확신에 차서 대답할 수 있었다: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주어진 재능이 있으며 이를 뛰어넘을 수 는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탁구 선수이자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매슈 사이드의 <베스트 플레이어>를 읽는다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베스트 플레이어가 어떻게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파헤친다. 이 책에 나오는 베스트 플레이어 중 그 누구도 탁월한 재능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거나 좋은 환경과 기회라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면 이 글에 매료되고 설득될 것이다. 이 글은 10개의 장으로 나누어진다. 이제 이 10장을 천천히 살펴보며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준비를 완료해보자.




1장에서는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을 다룬다. 사람마다 인생이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으며, 그것은 항상 결과와 연관성이 있지는 않으며 동기를 촉발시키는 계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동기를 유지하는 태도에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이 있다. 고정형 사고방식은 지능은 유전으로 결정된다고 믿는, 재능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 동의하는 사고방식이며, 성장형 사고방식은 노력을 통해서 지능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이다.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동기는 실패할 기색이 보이면 바로 포기하게 된다.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길은 가파르고 험난하며 고되기에 실패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성장형 사고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능이 아닌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 재능에 대한 칭찬은 고정형 사고방식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장형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 교육시설이 세계 수준의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 여러 실험과 관찰을 통해 관찰되었다.



2장은 성공 뒤에 숨겨진 논리를 이야기한다. 초인적인 능력은 빙산의 착각이다. 가명 SF를 쓴 사람의 경우 2년에 걸쳐 230시간에 해당하는 훈련을 받고서 82 자릿수까지 기억을 해냈다. 그러나 그의 처음 기억력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재능은 성공의 원인이 아니다. 역경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 모든 사람은 특이한 환경의 수혜자이다. 이는 1900년 남자 100미터 경주의 우승자가 11.0초를 기록했을 때 다들 기적이라고 여긴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빠른 반응속도가 필요한 운동의 경우에 반응속도가 빠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세계적인 수준의 탁구 선수의 반응속도가 팀 내에서 가장 느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바로는 우리는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었던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믿음마저 깨진다. 자신의 딸에게 실험을 한 라슬로 폴가르의 일화를 들으면 그 누구도 인간의 잠재력에 대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자녀를 세계 수준의 능력자로 키울 수 있다는 이론을 설명하고, 자신의 여자 친구 클라라의 동의를 얻어 그녀의 딸에게 어렸을 때부터 체스를 가르쳤다. 그리고 그의 딸 세 자매는 체스계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착각’이다. 인간은 애초에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천재적인 재능의 탓이 아니다.




인구집단 간의 유전변이는 종종 발견되나,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흑인이 백인보다 달리기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전혀 근거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케냐 안에서도 엘도레트 부근 지역의 사람에게 달리기 선수가 집중되어있다는 ‘난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역시도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증명되었다. 에티오피아 선수와 난디족 선수의 피부색은 비슷하지만 유전적으로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이 역시 케냐 어린이가 학교까지 20km가 훨씬 넘는 거리를 날마다 뛰어다녔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특히나 장거리 선수들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긴 거리를 고도가 높은 곳을 달려서 통학했다는 사실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성공은 환경에 의한 노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 다룬다. 근거가 없는 신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은 믿음에 의해 생겨난다. 이러한 근거가 없는 신념의 대표는 종교이며,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종교는 대중적인 플라시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맞게 증거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의 믿음과 정반대인 증거가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이는 논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이도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은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초킹현상이란 과연 무엇일까? 실력의 저하가 명백해서 마치 다른 선수가 플레이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몸 상태가 저하되는 것을 초킹이라 한다. 이는 중압감이 극심한 순간에 일어난다. 이는 의식적인 단계가 아닌 무의식의 단계로 넘어간 행동에 대해 중압감이 극심할 경우 의식적으로 다시 생각하기 때문에(이는 초보자때와 비슷하다)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압감을 버리고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스포츠계에서는 언제나 준법정신을 요구하지만, 이를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크게 약물복용에 대해 인공적인 수단을 통해서 인간을 강화시키는 행위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 그리고 약물을 통해 선천적인 역량을 변화시키는 행위를 허용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선까지는 허용해야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는 고산지대에서 연습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베스트 플레이어와 일반인의 주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베스트 플레이어는 주변상황에서 정보를 잘 추출한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기억력의 차이에서 오는게 아니다. 베스트 플레이어의 경우 대부분의 운동에 필요한 활동들을 의식적인 통제가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해서 주의력의 용량을 비워두기 때문이다. 이는 유명한 사례인 농구선수의 패스하는 횟수를 세는동안 고릴라가 지나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농구선수들은 모두 고릴라가 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렸다.


책의 긴 여정을 마치고,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전념이 효과가 좋다. 성장은 실패의 기반 위에 쌓인다. 잘 계획된 훈련은 학습을 가속화시킨다. 목적의식이 분명한 훈련은 두뇌를 성장시킨다. 피드백을 통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스포츠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이와 같이 베스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 특별한 재능으로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노력과 방법이 뒷받침될 때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베스트 플레이어’는 스포츠 스타들을 통해 우리가 천재, 혹은 베스트 플레이어라 부르는 이들의 천재성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 한 점은 천재성의 근원을 선천적인 재능이 아닌 후천적 노력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훈련이 이들의 천재성의 원인임을 이 책은 논증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을 보고 단지 ‘하면 된다.’ 는 식의 막무가내적인 결론을 끌어내고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결말에서 지적하듯이 천재성이 후천적이라는 말은 곧 사회의 수많은 구성원이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인 탁구 선수 출신인 저자는 결말에서 자신의 성공을 행운이라고 표현한다. 후천적 노력을 강조하는 도서에서 저자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주장이다. 그는 유년시절에 남들과 달리 훌륭한 코치를 만날 수 있었고 충분한 시간을 연습할 기회를 가졌으며 탁구에 전념할 수 있는 주변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런 환경 속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저자는 후천적 천재성을 획득할 수 있었고 세계적 탁구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각각의 개개인은 모두 여러 영역에서 천재성을 발휘할 잠재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사회적 여건과 편견에 의해 자신의 천재성을 꽃피우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은 천부적인 재능의 결과로 간주됐기 때문에 사회의 승자와 낙오자의 결과가 필연처럼 해석되었지만 저자의 통찰이 보여주듯이 사회의 승자와 낙오자가 발생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개인이 놓인 사회적 상황의 결과이다. 개인 간의 격차를 단순한 개인의 타고난 재능의 차이로 간주하는 행위는 각 개인이 겪는 사회적 장벽과 차별을 감추는 변명에 불과하다.


저자는 결말에서 스포츠보다 사회에서 후천적 천재성이 훨씬 중요함을 강조한다. 스포츠는 등수가 매겨지고 누군가 승리하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지만 사회 구성원 각자의 성공은 사회 전체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표는 각각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자신의 잠재성의 발현이라는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각 개인이 자신의 잠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야 말로 각 개인이 행복한 사회이자 사회 전체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가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모두의 잠재성이 발휘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먼저 개인의 천재성의 발휘를 막는 사회적 장벽을 하나씩 허물어가야 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생계 때문에 학업의 꿈을 접거나 예체능 계열로의 진학을 포기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에서 학비 부담을 완화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야 할 것이며 인문학과 예체능과 같이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홀대받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지원도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없어지도록 해야만 우리 사회에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탄생하는 사회를 위해선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체질적 특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베스트 플레이어의 가장 큰 자질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이다. 스스로를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채찍질 할 수 있어야 하며 장기간 동안 매 순간에 대한 집중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의 불안을 이겨내고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이성을 넘어 무의식 깊이 체득시킬 줄 알아야 한다. 즉, 베스트 플레에어는 스스로가 온전한 자신이 된 자들이며, 매순간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줄 아는 이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기 자신에 집중하고 매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새 없이 끊임없이 외부 자극에 시달리고 있다. 야근과 업무에 절어 있는 한국 직장인들은 세계 최하위의 노동 생산성을 지니며 하루 종일 공부밖에 할 수 없는 한국의 학생들은 세계 최하위의 학업 흥미도를 지닌다.

죽을 때까지 구성원들을 일과 공부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과 매 순간에 집중할 여유조차 없는 한국 사회 환경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현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베스트 플레이어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은 가뭄에 콩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사회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추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매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여유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공감할 때에만 우리 사회의 진정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란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라는 유기체에서 소수의 엘리트만의 성공으로는 사회 대다수 구성원도, 엘리트 자신들도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구성원 개개인의 잠재성이 발현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천재성을 실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비록 이러한 제언이 이상적으로 들릴지라도, 우리 사회가 결코 이러한 이상에 도달하지 못할 지라도, 이상을 향해 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 속에서 우리 사회는 분명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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