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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Sports Korea

펜싱 종목 에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24.

저는 펜싱을 배우는 한 학생입니다.

펜싱에는 세 종류의 검법이 존재합니다.

Foil, epee, saber 세 가지가 그것입니다.





펜싱에서는 '공격권' 이라는 개념이 참 골치아픈 개념입니다.

공격 의사를 먼저 취한 사람이, 상대방의 방어에 당하지 않고 공격 성공시 점수를 인정한다는 것이

공격권의 개념입니다.

이러한 공격권은 foil - 플뢰레와 saber - 사브르 두 가지 종목에서 사용됩니다.

먼저 공격 의사를 취한다는 것의 예로는

시작할때 먼저 앞으로 나가거나, 칼을 뻗고 있거나, 누가 봐도 이 사람이 공격을 먼저 하려고 한다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공격하려고 나간다고 해서 끝까지 그 사람에게 공격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공격하려는 사람의 칼을 치기만 하면, 공격권은 바로 그 상대방에게 넘어옵니다.


듣는 순간 골이 아프실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고 응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 플뢰레와 사브르를 보다 편히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되지 않기에, 또 신장은 어느 정도 되기에 Epee 라는 종목을 시작했습니다.


Epee - 에페에는 공격권따위는 없습니다.

찌르는 순간이 바로 점수이며, 사브르와 플뢰레와 다르게

동시에 찌르면 둘 다 점수를 인정하는 '동시타'가 존재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벌어지는 결투, 중세 유럽에서 명예 결투 등을 문학작품이나

뮤지컬, 영화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그 모든 결투에서 이용되는 종목은 바로 에페입니다.

에페는 실전 결투용의 종목이고, 그 때문에 타 종목과 다르게 전신 공격이 가능한 종목입니다.

제가 위에 설명해놓은 공격권이 제일 중요한 플뢰레와 사브르와 달리

정말 시원시원하고 이해하기 쉬운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체격이 좋은 유럽인들은 나이가 어릴때, 이해하기 쉬운 에페를 많이 선택합니다.



그러나, 에페의 경우 동시타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안 맞고, 상대방을 맞추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을 잘 펼쳐야 합니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움직임은 제일 적지만 정확도는 제일 좋아야 하는 종목이라 생각합니다.

게임하면서 보니, 제가 노리는 곳을 못 찌르는 순간, 공격권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바로 반격을 당하더라구요.

사브르와 같은 경우는 휘둘러서 스치기만 하면 점수가 되고, 플뢰레의 경우 공격권을 믿고 들어가면 이상한 곳을 찔러도

저는 점수를 잃지 않으니까요.



발을 찌르고, 손목을 찌르고, 무릎과 허벅지를 찌르고, 머리를 찌르는 종목은

에페가 유일합니다. 묘사는 멋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에페라는 종목을 좋아해서 이렇게 편애하는 글을 씁니다.

허나 에페에서 중요한 점은 '신장'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키가 작은 선수가 죽을 만큼 노력을 해서 키큰 선수를 실력 면에서 따라 잡을 수 있지만

키가 너무 작을 경우 다른 종목을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플뢰레와 사브르의 경우 공격권을 믿고 한 발자국을 더 내딛으면, 그 걸음이 80cm 에서 1m 로 

그 정도의 키 차이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허나, 에페의 경우 안찔리면서 상대방을 찔러야 하기 때문에, 키와 팔의 길이에서 나오는 신장의 차이가

꽤나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에페의 경우 다른 종목에 비해서 훨씬 신중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종목이 신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찔리지 않으면서 찔러야 하기 때문)

선수들의 동작이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여유있고 느립니다.

그리하여, 점수도 상당히 나질 않습니다. 물론 한 선수가 공격적인 선수라면 점수가 9분 내에 15점이 다 나긴 합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에는, 남자의 경우 175가 넘고 (되도록 170 후반대부터)

공격권에 대한 개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에페 경기를 하실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에페선수로 가장 유명한 남자 정진선 선수의 경기를 찾아보신다면,

에페 경기의 진면목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펜싱을 배우는 한 학생이지, 펜싱 마스터가 아닙니다.

제가 블로그에 적은 의견들은 사견에 속할 뿐, 100% 진리라던가 이런 부분은 없습니다. 

키와 같은 부분에서 오해가 있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염려하여 적습니다.

이 블로그를 총괄하여 운영하시는 형께서 이 글을 보시고 웃으실까 걱정되네요.


펜싱이 우리나라에 널리 보급되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진정 펜싱을 즐길줄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더 생겨나길 바랍니다.

쉽게 배우고, 상대방을 낚고 뛰어나가는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에페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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