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의 시작은 필자가 국민학교 때인 82년도를 기점으로 시작한다. 그 당시에 각 지역을 연고지로 하여 총 6개의 야구팀이 결성되었고 이 중 화자가 거주하고 있는 인천을 대표하는 팀의 이름이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생전 처음 접하는 프로야구에 대한 설렘으로 화자와 친구들은 열광하고 국민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화자는 친구들과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 된다.
필자는 프로야구 개막전 삼미 슈퍼스타즈가 우승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팀이었다.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었던 화자와 그의 친구 조성훈은 만년 꼴찌이자 상식을 초월한 이 야구팀의 회원이란 이유로 지워지지 않는 유년기의 상처를 안게 된다. 하지만 경기를 지고 와도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에 가입했을 때 받았던 야구잠바와 모자를 끝까지 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함께 회원 가입을 했던 친구들도 “배신”을하고 화자는 삼미를 버리지 않은 유일한 친구인 조성훈과 함께 눈물과 오열과 한으로 점철된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끝까지 지켜나간다. 그 결과 두 소년은 세상을 비관하는 시니컬 보이로 성장하고, 83년엔 반짝 2등을 하게 되지만 그 후 삼미 슈퍼스타즈는 패배에 관한 프로야구의 모든 기록을 쌓아 올린 후 매각된다. 상세한 패배기록도 책에 나오는데 보면 감이 명불허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패의 기록을 세우고 결국엔 역사 속에서 사리진다.
삼미의 고별전을 보고 온 날, 고등학생이 된 화자는 소속에 대한 강한 콤플렉스로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결국 일류대에 합격하고 자신의 소속을 바꾸는 데 성공하지만 화자의 대학생활은 지리멸렬하고, 그 속에서도 계급이 나뉘는 것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화자는 경영학과, 조성훈은 철학과로 진학하여 지내다가 갑자기 조성훈은 일본으로 건너가고, 아버지의 건강악화로 집안의 몰락을 경험한 화자는 일류대의 졸업장을 앞세워 대기업에 들어간다.
그 후 세월이 흐르고 98의 화자는 대기업에 취직해있고 이미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상태이다. 하지만 필요이상으로 바쁜 회사생활은 나의 결혼생활에 금이 가게 만든다. 결국 화자는 이혼을 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IMF의 여파에 회사에서 잘리고 만다. 그리고 실직의 충격에 시달리던 화자의 앞에 조성훈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불법 체류자 생활과 홈리스 생활을 하다 돌아온 그는 화자에게 이제는 지상에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다시 결성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조성훈의 제안을 받아들인 화자는 남은 시간들을 여유롭게 보내며 지인들을 모아 우여곡절 끝에 화자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결성하게 된다. 소설 마지막 부분엔 그들은 그들이 “프로 올스타즈”라고 부르는 동호인들과 경기를 한번 치르게 된다. 그들은 삼미의 플레이를 본받아 말도 안되는 경기를 펼친 후 7회 2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팀이 포기를 하고 게임이 끝난다. 그들의 목표는 이 “프로”의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들로 책은 줄거리를 마친다.
1980년대 전두환의 제5공화국 시절부터 2003년까지, 대한민국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몸소 겪으며 주인공은 살아왔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1980에서 9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야구단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글쓴이는 1982년 프로야구의 첫 출범과 주인공의 중학교 입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주인공의 대학생활, 직장생활, 성공과 실패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야구와 연관지어 풀어낸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삼미 슈퍼스타즈 또한 프로야구 출범 당시 실제 6개 프로구단 중 하나이며, 이 외에도 OB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등 구체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책에 대한 비평을 해보자면, 주로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프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내용과 같이 삼미 슈퍼스타즈가 고교야구나 아마야구 구단들 사이에서는 그저 평범한 구단이지만, 프로야구에 뛰어든 순간 삼미는 꼴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의 구조와 매우 일치한다. 이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크게 평범한 사람들과 비범한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프로는 주로 비범한 사람들(좋은 의미로)을 일컫는다. 또한 그것은 매우 상대적이다. 따라서 매우 노력하는 사람들이 ‘중산층’이라는 명칭으로 부유층이라는 프로와 같은 계급과 비교하여 그저 평범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의 이러한 경향은 꽤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열, 근면성 등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사람들은 더 높이, 승진하고 높은 연봉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들은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일 뿐이다. 아마도 책에서 국가가 원하는 것과 같은 ‘프로’에 대한 염원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평범한 사람들이 염원하는 ‘프로’들의 지위는 사실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비즈니스맨, 자영업자 등으로서 노력으로 프로가 되려는 이들과, 재벌가 상속자들과 같은 ‘프로’들 사이의 괴리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가짜 ‘프로’와 진짜 ‘프로’를 모두 경험해 본 인물이다. 중학교 시절엔 평범한 학생, 고등학교 때의 노력으로 일류대에 진학하여 좋은 ‘소속’을 얻고 사회적 프로가 될 조건을 갖추고 회사에 취직했지만 결국 그만두게 되고 방황하다 깨달음을 얻고 진짜 프로가 되었다. 이러한 주인공의 삶의 흐름을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와 주인공 그리고 그 외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와, 당시 두드러졌던 사회적 풍조와 관련지어 적절히 이야기를 만들었다. 당시의 사회는 항상 그렇듯이 격변의 시기였다. 책의 배경이 되는 당시 사회와 현대 사회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같이 이 책이 출판 된지 10 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현대 사회 또한 나름의 격변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준의 사람들은 물질적 성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삶을 살아가고 계획하고 있으며, 내적 성숙은 추상적으로만 회자될 뿐 실질적인 실천은 아직까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치열한 노력을 통해 얻는 ‘소속’과 이에 더한 노력을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 ‘프로’라는 타이틀이 씁쓸한 이유이다. 우리들 또한 치열한 노력을 통해 입시경쟁을 뚫고 고려대학교라는 소속을 얻었으며 여기에서 더 노력하여 취직, 경제적 보상 등과 같은 성공을 프로가 되는 길이라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프로’가 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삼미 슈퍼스타즈적 관점에서의 ‘프로’가 되기란 더더욱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프로는 경쟁을 통한 성공, 1위, 지배와 같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삼미의 ‘프로’는 우승,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정신적 수양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일반적인 의미의 ‘프로’가 되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내적 성숙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이 주는 이러한 메세지는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책은 실제로 매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므로 그렇게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진짜 ‘프로’가 되기 위한 실천이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미 현대 사회는 과거부터 물질적 성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해 왔으며, 따라서 이 사회의 구성원들 또한 그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프로’가 되자” 라고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들 스스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진짜 ‘프로’가 되기 위해 스스로의 인식을 개선하고 내적으로부터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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