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당신에게 처음 떠오르는 감상은 어떤 것인가요?
대부분의 여행은 물리적인 공간의 여행을 이야기합니다. 서울에서 런던으로, 런던에서 오사카로 이동하는 물리적인 공간 사이의 움직임이 일반적인 여행의 정의라면, ‘영혼의 여행’은 어떨까요. 테이블 앞에 엎드려서 책을 읽으면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아도, 때때로 우리의 마음은 우주 끝까지도 여행할 수 있습니다. 브라우닝이 'How do I love thee(내가 어떻게 당신을 사랑하느냐고요)‘라는 시에서 당신을 ’내 영혼 이를 수 있는 / 그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 사랑합니다‘ 라고 한 것처럼요.저는 여행서적을 좋아합니다. 서점에 가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를 재촉하는 수많은 여행 수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요. 여행 에세이는 똑같은 공간을 두고도 이다지도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도 다른 생각들을 한다는 점이 재미있고요, 여행자가 방문하는 장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또 재미있습니다.
저는 전문적인 여행 안내서를 더 좋아합니다. 사진이 많고 구체적인 내용(위치, 가격이나 메뉴, 전화번호)이 자세히 적혀있는 안내서일수록 좋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때에는 앞서 말한 ‘영혼의 여행’을 추천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뜻밖의 장소의 여행 안내서를 빌리세요. 그리고 여행 일정을 짭니다. 첫 날에는 여기와 여기를 들르고, 이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거야. 다음 날에는 여기에서 사진을 찍고, 저기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어야지 하는 자세한 일정을. 사진이 많은 책을 고르면 상상이 더 재미있어집니다. 사진의 장소에 서 있는 나를 생생하게 상상하고 떠올리면서, 잠시 동안 일상을 멈추고 나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서가 한 구석이 기꺼이 당신의 베를린이, 모스크바가, 뉴욕이, 부다페스트가 되어 줄 겁니다.
최근에 제가 읽은 책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손에 들어온 이 책은, 저보다 주변 친구들이 더 좋아했습니다. “어, 그 책 사고 싶었는데!” 하는 말을 네 번이나 들은 것 같아요. 지금은 저보다 여행을 더 좋아하시는 엄마께서 친히 빌려(라고 쓰고 빼앗아 라고 읽습니다) 가셨습니다.
첫 인상은 ‘사진이 예뻐서 볼 만 하겠다’ 였습니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사진들이라고 하네요. 큼직하고 시원하게 펼쳐진 여행지와 즐길 거리들의 사진이 시선을 빼앗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원하는 여행책자의 가장 큰 조건을 만족시켜줬습니다. 사진이 크고 많을 것.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버라이어티 쇼에서도 우리는 이른바 ‘TOP 10' 차트를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 역시 10가지 테마 아래 그만의 ’탑텐 차트‘를 만들었고, 총 100가지의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 먹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각 테마 카테고리 아래에는 작가가 꼽은 여행지와 체험할 거리들이 10개씩 소개됩니다. 수많은 아름다운 장소들 중 작가가 아쉬운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며 골랐을 명소와 그곳의 먹을거리, 즐길 거리는 그의 경험과 어울려 그 풍미를 더합니다.
제가 가장 감명 깊게 ‘상상’한 장소는 달리고 싶은 유럽의 1위를 차지한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변입니다. 소렌토에서부터 아말피, 살레르노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아말피 해안’이라고 부르는데, 199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 중’ 1위로 선정한 모든 여행자들이 선망하는 여행자라고 해요. 완벽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풍경이 잘 보이는 오른쪽에 타라는 깨알 같은 팁을 잊지 않는 작가의 배려가 고맙습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드라이브하고 싶어요.Maroon 5의 Sunday Morning.
“우리는 어딘가에 ‘거주할 권리’만을 추구하느라 ‘어디에도 거주하지 않을 권리’를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해방감은 바로 ‘어디에도 거주하지 않을 권리’, 즉 어디에도 수용되지 않으면서도 세상에 엄연히 존재할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집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이 없어도 세상 속에 거처하는 법’을 깨닫는 것이다.”
여행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한겨울 얼음장 같은 물에 손을 담근 것처럼 청량하게 저의 잠자던 일상을 깨웠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은 긴 여행이다’라는 말 역시, 기나긴 인생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자유’를 얻게 된다는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 문 뒤에는 ‘空’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이름의 티켓을 손에 쥔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여행 중독자’라고 불릴 만큼 여행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 따뜻한 집에서 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어쩌면 강제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삶’이란 여정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발견한 것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당신에게, 여행이란 과연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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