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해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힙합'이 아니라 '랩 음악'입니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관심의 상당 부분이 '가사'에 치우쳐져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잘 못 알아듣는 외국 힙합 쪽으로는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미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닐까, 그렇게 조금씩 좋아하는 범위를 늘려간다면 그것도 나름 멋진 일 아닐까. 그래서 외국 힙합을 한 곡씩 무작정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제 영어 실력은, 읽는 건 거진 자유롭게 되지만 쓰는 건 힘들고, 내 의사를 어느 정도 말로 얘기할 수는 있지만 듣는 건 그리 자유롭지 않은 정도입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가 있는 외국 힙합'으로 들을 범위를 한정시켰습니다. 영상은 언어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선택한 첫 곡은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의 Paris, Tokyo입니다. 랩퍼의 이름과 곡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한 남자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그후 그는 이집트(로 보이는)나 일본 등을 여행합니다. 각 나라의 미녀들도 나오고요. 그동안 그의 아내(로 보이는)는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보이는 여행을 마치고 남자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아내와 사랑스러운 눈길을 주고받으며 포옹하지요.
가사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여행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가사를 제외하고 제가 느낀 건 이렇습니다. 루페 피아스코라는 랩퍼의 목소리가 좀 느끼하다는 것, 플로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것, 둔탁한 맛이나 강력한 맛은 없다는 것.
노래를 다 듣고 루페 피아스코에 대해 좀 찾아보았습니다. 많은 정보는 나오지 않네요(한국어 기준). 일단 82년생이고, 한 레이블의 사장이라고 합니다. 나스를 가장 존경한다고 하고요.
Lupe Fiasco's Food & Liquor라는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앨범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외에 눈에 띄는 디스코그라피는 없군요. 한국 위키 기준입니다. 이대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다른 곡을 찾아보았습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기준으로 찾아보니 The Show goes on이라는 곡이 가장 위에 나오네요. 'Lasers'라는 앨범에 실렸고 그 전에는 싱글로 나온 곡이네요. 11년에 나온 앨범이고,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나 봅니다. 삼만 명 펜들의 요청으로 레이블과의 마찰 끝에 나온 앨범이라고 하네요.
좋습니다. 굉장히 좋네요. Paris, Tokyo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느끼함을 쏙 빼고 비트를 즐겁게 타네요. 루페 피아스코가 무대 위에 나가기까지를 뮤비로 찍었는데, 공연 전의 긴박함과 즐거움, 흥분이 잘 어우러진 곡입니다. 에미넴의 Lose yourself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색깔의 흥분이 담겨있어요.
오늘은 이렇게 루페 피아스코의 두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랩퍼의 음악을 들어볼까요. 혹시 추천해주실 곡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그럼 이것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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