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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드 증후군 Cotard Syndrome과 공황장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15.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아'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이것은 하나의 모순처럼 들립니다. 자아는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를 '자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어떤 특정한 장애에서는 환자 자신이 죽었다고 믿어 자기 인식을 왜곡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장애가 바로 '코타드 증후군'입니다.



'걸어다니는 시체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애는 신경정신병학에서도 가장 특이한 사례로 손꼽힙니다. 환자 자신이 이미 죽은 시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몸이 부패해가고 있다고 생각하죠. 자신의 몸이 썩어가는 냄새를 느끼는 환자-실제 그의 몸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도 있었다고 해요.

우울증이 종종 코타드 증후군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직 우울증 하나만이 원인인 것은 아니에요. 코타드 증후군보다는 덜 심각한 이인증(환자 자신이 빈껍데기로 느껴지지만 코타드 증후군 환자와는 달리 자신의 병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은 우울증 없이도 일어나거든요. 또한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의 대부분도 자신이 죽었다고 주장하지는 않아요. 코타드 증후군은 우울증과 더불어 어떤 또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장애가 일어난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거울신경 체제(mirror neuron system)'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거울신경은 실제 하나의 신경세포라기 보다는 '네트워크'에 더 가까운 존재인데, 동물이 특정 움직임(A)을 수행할 때에나 다른 개체의 특정 움직임(A)을 관찰할 때 활동한다고 해요. 그러므로 이 신경세포가 다른 동물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한다(mirror)" 고 표현하는 것이죠. 그것은 마치 관찰한 움직임을 자신이 행동하는 것처럼 느낀다는 뜻이에요. 거울신경은 타인의 행동을 스케치하는 것 뽄만 아니라 안쪽으로 자신의 정신 상태를 관찰하는 것과도 관렫됩니다. 실제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거울신경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은 자아성탈과 자기인식을 강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가 절단되거나 교란이 일어난다면 자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죠. 또한 편도체로 향하는 모든, 또는 대부분의 감각 경로들이 절단되었을 때 환자들에게는 모든 감각 세계가 꿈속에 있는 것처럼 비현실화되어 보이게 되죠. 즉 내가 알던 모든 사람들, 즉 자신의 친구나 배우자 또는 주변인들이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 되었다고 믿게 되는 것이죠. (이 증상만을 따로 '카그리스 증후군'이라고 불러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거울뉴런(별표)은 전두엽 전운동피질 아래쪽과 두정엽 아래쪽, 측두엽, 뇌성엽 앞쪽에 존재한다고 해요.)

 

자신도 잃고 세상도 잃는다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코타드 증후군에서 보여지는 비현실화("이 세상은 꿈속과 같이 비현실적이다")와 비인간화("내 존재가 실감이 안 나")는 임상적 우울증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앞에서 심각한 우울증은 종종 코타드 증후군을 동반할 수 있다고 했었죠? 만약 우울증 환자가 자기표현의 회로는 정상적인데 감정이입과 외부 물체의 특징을 중재하는 회로에 손상을 입게 되면, 그 결과는 비현실화와 세상에서의 소외감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반대로 외부세계와 사람들에 대해선 정상석이지만 자기 표현과 관련된 회로들이 손상되었다면, 내적인 공허함 또는 허전함으로 나타나는 '비인격화'가 나타가게 되죠. 

코타드 증후군은 신체절단애호증의 확장으로 보는 경우도 있어요. 한쪽 팔, 다리가 아닌 자기 자신 전부에 대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죠. 이 경우 극단적인 코타드 증후군 환자들의 자살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앞에서 설명한 내용만 놓고 보자면 코타드 증후군 환자는 이미 정신적으로 죽었기 때문에 고통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가-즉, 자살을 시도할 이유가- 없습니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조금은 오싹한 이야기이지만, 자살이야말로 자신 전부에 대한 아주 성공적인 절단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이와는 반대로 "과잉 공감"이 일어난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결과는 타인, 자신, 심지어 무생물 세계에 대해 급격히 높아진 공감 능력이 나타나게 됩니다. 세상과 그 안의 모든 존재들이 매우 중효해지면서 육체를 초월하는 감각과 함께 '신'과 합쳐져 하나가 된 상태라는 느낌이 들게 된다고 해요. 

하지만 코타드 증후군과 위의 증상은 정말 극단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보편적인 사례는 바로 '공황장애'죠. 정상적인 사람들 가운데 특정 비율의 사람들은 40~60초간 임박한 종말에 대한 갑작스런 느낌 때문에 발작을 일으킨다고 해요. 이 갑작스런 느낌이 바로 강력한 감정적 요소와 결합된 순간적인 코타드 증후군의 한 종류라고 하네요. 물론 모든 공황장애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공황장애를 겪는 수많은 사람들 중 일부의 원인이 코타드 증후군이 일어나는 원인과 유사하다는 것이죠. 보통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갑자기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손바닥에 땀이 차며 급격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고 해요. 이럴 때 강력한 투쟁 도주 (fight or flight)반응이 유발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탓할 외부적 요인(위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원인을 내면화 시키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마치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이것은 불일치에 대한 대뇌의 혐오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즉 대뇌는 외부적 자극은 아무것도 없는데 내부의 막연한(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상태를 참을 수 없어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변화의 요인을 이해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내부로 돌리는 것이죠. 

공황장애는 사람마다 그 증상을 느끼는 정도가 매우 다양해 자신이 공황장애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해요.또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들 하죠?

이러한 장애들의 또 한가지 특징은 '겉으로 봐서는 구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하지만 이러한 장애나 증후군의 경우'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환자 자신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러니 편견을 가지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병원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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